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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농대 학생에서 농대 직원으로

by 장수생

2007년 3월 23일 입사 후 첫 근무지가 정해졌다. 바로 농업생명과학대학('농대') 행정실이었다. 같이 입사했던 다른 직원들이 다 좋겠다며 부러워했다. 그 당시에는 단과대학이 대학본부보다는 업무의 난이도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대로 발령 난 나는 달랐다. 내가 며칠 전까지 다녔던 단과대학이 농대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졸업하자마자 같은 대학교에 취업한 것도 신기한데, 첫 근무지까지 그렇게 정해질 수 있었을까. 인사팀에서 일부러 배려를 해준 건지, 아니면 그 반대인 건지.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상황이 남아 있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총무과에서 인사발령증을 수령한 후 농대에서 나를 데리로 올 직원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간의 기다림 후 농대에서 직원 A가 오셨다.(추후 이 직원 A는 나에게 다이내믹한 학교생활을 선물해 주신다.), 나는 모든 캠퍼스의 길과 건물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갓 태어난 병아리 마냥 쫄래쫄래 직원 A를 뒤따라 걸어갔다. 농대 행정실이 있는 농대 본관 건물 2층으로 올라갔다.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농대학장님께 먼저 인사를 하러 학장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정말 놀라운 상황이 벌어졌다.


농대 학장실을 처음 들어왔는데 너무나도 많이 본 얼굴을 가진 분이 나를 맞아주었다. 나에게 역학이라는 지금은 단 하나의 공식도 기억나지 않는 그 어려운 과목을 가르쳐준 학과 교수님이 원장님이었던 것이다. 정말 몰랐다. 아니 학교 직원이 되기 전까지는 알 필요도 없는 내용이었다. 원장직을 수행하고 계신지 1년이 지날 무렵이었다.(단과대학 원장은 2년 임기이다.) 어떻게 보면, 첫 직장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을 상사로 모시는 일은 우연히 발생한 인생의 작은 이벤트일 수 있다. 이런 일이 쉽진 않겠지만 절대 발생할 수 없는 일인가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직원들은 나의 당혹스러움과는 많이 다른 당혹스러움을 느낀 것 같다.


원장실에서 나와 행정실에 들어와서 팀장님과 다른 4명의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때 한 직원이 나에게 말했다. 원장님하고 알고 있는 사이인 것 같은데, 원장님이 힘써줘서 농대로 발령받아 왔냐는 질문이었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네, 제가 여기 농대 출신인데 저희 학과 교수님이셨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원장님이 소개해줘서 학교 시험 본거야? 농대로 보내달라고 말했었어? 그럼 여기 알고 지내는 교수님 많아?"같은 수많은 질문을 다 듣고 나니깐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나와 학장과의 어떤 검은 커넥션이 있었느냐를 물어보는 거였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제대로 된 첫 출근날인데.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아침부터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도 하고 왔는데. 웃을 수가 없었다. 26살의 사회 초년생에게는 너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삐질삐질 땀이 나는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지금 저 교수님이 원장님을 하고 계신지도 몰랐고, 학교 공채는 우연하게 지원하게 된 거라서 전혀 관계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아도 그 날의 그 질문과 직원분의 눈빛은 너무 당황스럽다 못해 무섭기까지 하다.


결과적으로 우연한 상황이 겹쳤을 뿐 나의 실력과 실력보다 더 큰 행운으로 60대 1의 경쟁률 속에서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을 통과하고 학교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농대로 나를 인사 배치시킨 건 인사 담당자들이지 내가 선택해서 농대로 온 게 아니었다. 그 이후로 직원들이 내 말을 믿은 건(지금 생각해보면 믿은 척한 거일 수도 있겠지만) 그 이후로도 몇 달이 흐른 후였다.


그렇게 진땀 나는 상황과 함께 나의 국립대 교직원 생활은 농대 행정실에서 시작되었고, 그렇게 나는 농대 학생에서 농대 직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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