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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행정실은 학교의 모든 일을 처리 한다

by 장수생

대학교의 단과대학 행정실이란 곳은 정말 다양하고 잡다한 업무가 상존한다. 학생 때는 입학, 졸업, 휴학, 복학 정도의 일들만 해주는 곳이 행정실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직원들이 정말 편안하고 쉽게 일하면서 월급을 받는 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근무해 본 행정실을 절대 만만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들을 가장 최전방에서 구성원이나 민원인들을 직접 맞대면하여 업무를 처리해줘야 하는 곳이 행정실이기 때문이다.


입사 첫 해 내가 맡은 업무는 입학, 물품, 시설 등이었다. 입학업무는 매년 수능시험과 연계된 입시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입시도 수시와 정시가 있고, 이외에도 재입학, 편입학 같은 업무도 포함되어 있다. 입시 업무의 모든 걸 행정실에서 직접 처리하는 건 아니다. 입학과라는 별도의 본부 부서에서 총괄을 하며, 단과대학에서는 예비소집, 면접, 합격사정 같은 업무를 처리한다.


맡은 업무 중 난도가 높은 업무는 아니지만 실수가 있을 경우에는 걷잡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는 중요한 업무가 입시 업무이다. 입시라는 게 대학교육이 필수처럼 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나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대학 입학이라는 건 한 학생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이기에, 입사 1년 차에는 나의 잘못으로 한 학생의 인생이 바뀔 수 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과 걱정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걱정하느라 업무처리를 제대로 못 할 정도였다. 사무실 다른 직원분들의 도움으로 첫해 입시 업무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입시 업무를 담당하는 동안 큰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입시 업무는 매년 하반기부터 합격자 발표가 난 후 개강하여 신입생이 학교에 등교하는 날까지 내 뇌의 걱정 부분을 항상 크게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입학, 편입학 그리고 대학원 입시 업무까지 포함하면 대부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수능 이후 겨울철에만 반짝하는 업무가 아니라, 1년 내내 꾸준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 업무이다. 그중에서도 수능 이후의 겨울방학 시즌이 가장 바쁠 뿐이다. 여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교에서 일을 하면 방학 중에 쉬거나 단축근무를 한다고 생각한다. 사립대는 그러한 경우가 있으나, 국립대은 그런 경우가 절대 없다. 오히려, 방학기간이 학기 중보다 더 바쁘다. 학기 중과 방학 구분 없이 일반 회사원들과 똑같이 평일 9시 출근 18시 퇴근이 정상적인 출퇴근 시간이다.


또한, 단과대학은 업무 수에 비해 직원이 많지 않기에 한 직원이 여러 가지 업무를 맡아서 처리하게 된다. 그중 물품 업무도 맡게 되었다. 국립대란 결국 국가기관의 일종이다. 그렇기에 대학 내 모든 물품은 국가의 자산으로 별도 국가물품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관리를 해야 하며, 관련 법령에 의거하여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농대에서 근무한 4년 동안 물품 업무를 계속 맡게 되었다. 지금 근무하는 부서에서는 물품 업무를 하고 있지 않지만, 학교 직원들이 가장 꺼려하는 업무 중 하나가 물품 업무이다. 물품 수가 수 만개 이상이며, 물품을 사용하는 구성원(학생, 교수 등)도 수천 명 이상이기에 유지 관리하는 게 쉽지가 않다. 그런 와중에 사용자들의 민원이 상시 발생하기도 하고, 상위 부처의 감사가 자주 진행되는 업무이기도 하기에 정신적인 피로도가 굉장히 심한 업무이다.


시설업무는 민원 처리 업무와 동일하다. 어차피 시설 전문직(건축, 토목, 전기 등)이 아닌 이상에야 직접 수리는 불가능 하기에, 민원이 접수되면 시설담당자에게 전달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상을 모르는 민원인(학생, 교수)은 전화를 받은 내가 직접 와서 처리해야 되는 거 아니냐면서 소리도 치고 직접 찾아와서 대거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하수구를 뚫을 장비며 능력도 없고, 전기선을 어떻게 연결하는지도 모르는데. 대부분의 국립대는 개교한 기간이 수십 년 이상 이기에 낙후된 건물이 많아서 구성원 민원의 80% 이상은 시설 관련 민원이다. 그래서 단과대학 직원들은 학교 시설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반드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1분이라도 더 빨리 우리 대학 민원을 처리해 주길 거의 매일 부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회 초년생이 그렇듯 입사 초년도에는 모든 업무가 다 어려웠다. 정말 수많은 실수를 해가면서 일을 배웠다. 어떤 실수는 지금 생각하면 창피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실수하고 배우고 했던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은 대부분의 일들은 안정감 있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실수를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나의 입사 초기를 생각해 보면 모든 사회 초년생에게는 실수를 바로 잡아주고 정확한 업무 처리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는 상사 또는 동료가 필요하다. 당연히, 실수 이후 배우려고 노력하는 본인의 태도가 가장 중요한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업무를 정확히 배워서 내 몸에 체득하는데 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는 직원이 잘 배우고 잘할 수 있을 때까지 너그럽게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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