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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국립대는 방학 때 쉬지 않아요

by 장수생

농대 행정실에서 근무하고 5달이 지나고 여름 방학 시즌이 시작되었다. 학교에 취업했다고 말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방학 때는 쉬는 거야?'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었다. 당연히 쉬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단연코 없다.


일부 사립대학은 방학 기간 동안 오전 근무만 한다던지 아니면 몇 주정도를 쉬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국립대학은 국가기관이며 공무원이 300명 이상(교수 및 조교 제외하고 행정직원만 대상으로 했을 시)이 근무하고 있다. 방학이 있는 공무원이란 건 있을 수가 없다. 당연히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학교회계(정확히는 대학 회계) 직원도 동일한 근무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을 떠나서 보더라도 방학기간 중 오랜 기간 쉰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방학기간이 오히려 더 업무량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대학교는 방학기간 중에도 수천 명의 학생이 계절학기를 수강한다. 계절학기 이후에는 특별학기가 시작되며 이를 수강하는 학생들도 많다. 대학원생의 연구와 실험은 방학중에도 쉼 없이 계속된다. 또한, 방학 기간 중 소음이 발생하거나 통행하는 사람이 없을 때에만 가능한 정화조, 물탱크 청소 및 소음이 크게 발생하는 시설 보수 공사 등을 진행해야 한다. 휴학, 복학 등의 업무도 대부분 방학 중 업무 처리가 이루어진다.


농대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는 여름방학 기간 때 농대 학생회에서 일손이 부족한 농사일을 돕기 위한 농촌 봉사활동을 떠나기에 학생 안전 점검을 위한 현장 지도도 나가야 된다. 또한, 대학교는 졸업식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모두 개최되기에 졸업식 행사도 방학마다 진행해야 한다. 겨울방학은 특히 더 바쁘다. 우선 가장 중요한 신입생 모집을 진행하여야 한다. 이에 따른 서류접수, 면접, 합격자 선정, 발표 등을 정해진 기간 안에 실수 없이 정확이 처리해야 하며, 합격자가 정해진 이후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입학식, 새내기 캠프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겨울방학은 연도가 바뀌는 시기이기에 예산, 물품 등 1년간 시행한 모든 행정 업무에 대하여 결산 정리하고 이를 교육부 등 상위 관서에 보고하는 업무도 진행하여야 한다. 그와 동시에 다음 연도에는 어떤 업무를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업무 계획도 수립해야 하며, 그에 따른 예산을 지원 요청할 수 있는 보고서도 작성해야 한다.


이외에도, 건물이 노후화되어 여름철 장마 때는 창문 틈으로 비가 새거나 하는 부분이 있기에 이를 찾아내서 보수를 진행하여야 하고,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릴 때는 통행하는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하여 직원들이 직접 건물로 통하는 길에 쌓인 눈을 쓸고, 얼어있는 얼음을 깨야 한다. 어느 겨울날 1시간여 넘게 눈을 쓸면서 학생 때에는 알지 못했던, 누군가의 편안함은 누군가의 땀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리고 그 땀 중 내 땀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학생이나 교수들이 조금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학교 직원들도 다른 회사원들과 비슷한 기간에 휴가를 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겨울방학보다는 여름방학 때가 업무량이 조금은 적은 편이기에 여름 방학기간에 휴가를 가는 경우가 많다. 휴가기간은 근무 년수에 비례하여 주어지는 개인별 연가를 소진해서 사용한다.(개인 연가는 1년 중 본인 업무에 지장이 없을 경우 원할 때 언제든 사용이 가능하다. 연가 사용에 눈치를 준다거나 하는 일은 14년간 한 번도 없었다.) 이외에는 학생들 방학기간이라고 학교 차원에서 특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지는 않는다. 몇 년간 직장 생활을 해보니 방학이 있는 초중고 선생님이나 사립대학교 직원들이 너무나도 부러울 때가 많다.


나도 방학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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