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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본부 재무과에서 일하다.

by 장수생

대학에서 근무한 지 4년이 지나고 5년 차에 접어드는 2011년 4월에 본부 재무과로 발령이 났다.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전보 발령이 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학교 전체 직원 중 40여 명이 넘는 직원이 같은 날 발령이 났다. 그래서 발령 공문을 받은 다음날 큰 회의실에 발령 난 모든 직원이 모여서 총장에게 일일이 발령장을 받았다. 이후 업무 인계인수 및 개인 짐들을 정리하기 위하여 농대 행정실로 돌아갔다.


전날까지 4년간 근무했기에 너무 익숙해서 아무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 공간이었는데 발령장을 손에 들고 바라본 사무실의 느낌은 너무 달랐다. 갑자기 낯설어진 것 같기도 하고, 이젠 내가 들어가선 안 되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한 당황스럽고 조금은 불편한 감정들이 몰려왔다.(나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과 이야기를 해보아도 발령이 나는 순간부터 누가 눈치 주는 것도 아닌데, 이전 부서에 들어가는 게 왠지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한다.)


하지만 더 불편한 건 새로 발령받은 부서에 가는 일이었다. 지금 근무하는 학교만 그러는 건지 타 대학도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발령을 받으면 전 부서의 직원 대부분(실장, 팀장 포함)과 함께 새로운 부서로 함께 인사를 간다. 그러면서 잘 부탁한다는 인사말과 함께 새로운 부서 직원들과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는 직원이 분위기도 풀어주면서 첫 만남의 긴장을 풀 수 있도록 해주는 전통이 있다. 그리고 2~3일 뒤에는 떡이나 피자 등 간식을 보내주기도 한다.(지금도 이런 전통은 이어지고 있고 개인적으로 참 좋은 전통이라 생각한다.)


처음 일주일은 하루 중 거의 절반을 전 부서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 전 부서에서 내 업무를 맡게 된 직원에게 업무 인수를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머지 반은 새로운 부서의 전임자에게 인계 처리를 받는다. 나는 다행히도 새로운 부서의 전임자가 타 부서로 발령이 난 게 아니라 같은 부서 같은 팀(재무과는 3개 팀이 있다.)에서 업무만 달라진 거였기 때문에 업무 인계받는 게 너무 수월했다. 함께 근무하는 동안 계속 일을 봐주었기 때문에 농대에서의 기존 나의 업무만 신규자에게 잘 인수해주면 되었다.


농대에서 업무를 인계받는 분은 학교에 오랜 기간 근무하신 분이었으며, 여러 다양한 업무를 해보신 분이라 빠르게 인수인계를 처리할 수 있었다. 문제는 나였다. 대부분의 사람이 재무과 하면 급여를 지급해주는 곳이라는 정도밖에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하였으나, 4년간 학교에 근무하면서 그 외의 다른 업무들도 많고 학교에서 가장 어렵고 바쁜 부서라는 건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어느정도 아는것과 직접 하는건 너무도 달랐지만 말이다. 이 정도로 생소한 업무가 많을 거라는 건 생각지도 못 했다. 그중 가장 생소한 업무를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그 당시 재무과에는 3개의 팀이 있었다. 예산 수립 및 계약 등을 담당하는 재무팀, 급여 및 지출 등을 담당하는 경리팀, 물품과 재산 등을 담당하는 관재팀이 있었다. 한 팀은 팀장 포함 4명에서 5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중 나는 관재팀에 소속되었고, 재산이라는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국유재산'이라고 말하고, 학교가 관리하는 모든 부동산의 관리(고치거나 수리하는 관리가 아님)를 담당하는 업무였다.


국유재산이라는 용어도 처음 들어보았으며, 그에 관한 법률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다행이라면 전임자가 같은 팀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다는 거였으며, 짧은 기간이었지만 함께 근무하는 동안 많이 의지했었고 감사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임자도 그 업무가 너무도 하기 싫어서 여러 번 옮겨달라고 요청하였고, 이번 인사발령을 기점으로 나에게 그 자리를 떠 넘긴(?)걸 알게됬지만 말이다.(나도 지금은 친구처럼 지내는 직원에게 떠넘기듯 하고 타 부서로 발령이 났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자리임을 알고 있다. 그 당시 그 직원분도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알기에, 안쓰러운 마음만 있을 뿐이다.)

본부 부서와 단과대학 행정실 근무의 가장 큰 차이는 책임에 대한 문제이다. 단과대학의 모든 공문은 대학 본부 부서로 제출을 하기에, 내부적인 수정이 쉽고 본부 직원이 재확인을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본부는 다르다. 직접적으로 상위부서인 교육부, 기재부, 감사원 등과 상대하여야 하기에 공문상에 오탈자나 수식에 오류가 생기면 수정하는 것조차 어렵기에 책임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하다.


이러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시작한 본부 재무과에서의 생활이 이렇게 까지 길게 이어질 거라곤 그땐 생각하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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