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세부 특성들 중 두 번째 글에서는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발코니에 대해 다루겠다. 눈썰미가 좋으신 분들이라면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글(3-3)의 다양한 평면도들을 더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한 가지 요소가 바로 발코니다. 집집마다 다른 크기와 위치의 발코니는 그 아파트만의 개성을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출처: Hemnet
처음에 집들을 보면서 가장 "쓸모없다"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바로 이 발코니였다. 한국 아파트의 베란다(혹은 발코니)와 달리, 유리창 없이 통으로 야외에 노출되어 비나 눈이 오면 그대로 다 맞게 되므로 가구도 실외용으로 구비해야 한다. '뭐 발코니에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냐'는 생각에, 차라리 발코니를확장해서 저 공간도 실내로 사용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출처: Hemnet
하지만, 그런 생각은 스웨덴에서 사계절을 오롯이 보내고 나서야 180도 바뀌게 되었다. 봄과 가을은 서늘하고 여름에는 따사로운 햇빛을 즐길 수 있는 스웨덴의 발코니는, 실내 공간은 주지 못하는 야외만의 그 개방감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없으면 섭섭할 특수한 공간이었다. 심심할 때면 커피 한잔을 내려 발코니에 앉아 날씨가 따뜻해지거나 해가 길어지는 등의 계절의 흐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그냥 밖에서 앉아 눈을 감고 스쳐가는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한결 더 편안해졌다. 게다가 주택인 처갓집의 넓은 테라스에 놓인 그늘진 소파에 누워 보내는 순간은 더 말할 나위 없었다.
'발코니가 이렇게 좋은 걸 왜 한국에서는 몰랐을까?' 생각해 보니, 바로 뿌연 하늘이 떠올랐다. 겨울과 봄이면 찾아오는 미세먼지나 황사로 가득한 날에 마스크 없이 밖에 나갔던 경험은 분명 즐겁지 않았다. 여름철은 밖에 앉아있기엔 너무 더우며 습하고, 가을은 그나마 즐길 만하지만 고작 한 철 쓰자고 일 년 내내 발코니를 실외공간으로 놔두기엔 너무 아깝다. 그렇게 나는 자연에서 멀어졌었고, 휴일에 휴양지에 방문하는 정도가 자연을 느끼는 순간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보다 스웨덴이 더 좋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우리나라답게 수많은 PC방, 노래방, 특수한 카페들, 음식점, 술집 등등 즐길거리가 스웨덴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즐길거리와 스웨덴의 일상적인 즐길거리가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스웨덴 이민을 고려한다면 미리 알아두면 좋을 점들"에서도 말했듯, 느릿한 상황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이들이라면, 다시 한번 Välkommen till Sveri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