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키노 핑크 부케
동그란 얼굴형에 반달눈과 큰 입,
부케같은 함박웃음과 복숭아향
오늘은 열아홉살에 별이 된 친구 얘기를 해볼까 해요.
진짜 예쁜 아이들은 고등학교 때가 제일 예뻐요. 대부분 그렇더라고요. 외모 암흑기인 중딩 시절을 겪은 후 타고난 미모가 본격 발화되는 시기라서 그런 가 봐요. 성인이 되어 어느 정도 후천적으로 만들어지기 얼굴 전이라 ‘찐’인 거죠. (요즘엔 고딩 올라가기 전에 이미 수정보완작업을 거치는 경우도 많지만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그냥 푸바오 같은 순딩 뚠뚠한 모습 그대로 다니곤 했어요.)
제 친구도 그랬어요. 동그란 얼굴형에 반달눈과 큰 입을 갖고 있었는데 특히 그 웃는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해요. 뒤에서 봐도 웃고 있는 게 보인다고 할 정도로, 큰 입을 활짝 벌려 가지런한 이가 다 보이는 함박웃음이 너무 예뻤죠. 활짝 핀 꽃으로 만든 동그란 부케같이 보였어요. 선생님들이, 남학생들 따라오니까 웃고 다니지 말라고 경고 아닌 경고를 주곤 했어요. 그 얘길 듣고는 또 그 부케웃음. 그 친구 성격이 또 되게 좋아서 항상 웃는 스타일이었거든요.
친구는 특이하게도 곱게 접은 손수건을 가지고 다녔는데 (이 또한 우리들 사이에서 놀림거리) 어느 날부터 손수건에서 너무나 좋은 향기가 나는 거예요. 향긋한 복숭아향! 언니가 선물받은 향수를 뿌렸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는 몰랐겠지만 그녀의 부케웃음과 상큼한 복숭아향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어요. 친구가 손수건을 꺼낼 때면 상큼한 향이 살랑해서 기분이 좋았죠. 그 향수 이름은 알지 못한 채 학년은 바뀌어 우린 다른 반이 됐고, 그 이후론 복도에서 잠깐씩 마주칠 때만 안녕, 인사하는 사이로 흘러갔어요.
수능을 보고 3일 후, 그 친구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트럭에 치였는데 외상은 하나도 없이 너무나 깨끗했다고. 혹시 복숭아향기가 은은히 나지 않았을까요?
모스키노 핑크 부케를 시향하자마자 이 향기에 추억이 돋네요. 그 시절 내 친구 손수건에서 나던 복숭아향이랑 똑같아서. 동그란 핑크 부케가 딱 그 친구 웃는 얼굴과 같기도 하구요.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각진 데 하나 없이 정말 동그랗던 얼굴형, 웃으면 눈썹과 정확히 일치하는 모양으로 아래 위 까만 두 줄이 그어지던 눈, 얼굴의 반을 차지한 커다란 입과 그 안에 가득 찬 치아를 정확히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모스키노 핑크 부케의 복숭아향은 농익은 과일향이 아닌 풋풋한 꽃향입니다. 복숭아향에 작약, 백합 같은 꽃향기가 어우러져 꽃 같은 복숭아향이 나요.
정확하게 말하면 내 친구가 전소민처럼 생겼어요. 물,론, 전소민이 훨씬 더 예쁩니다. 배우 중에 비슷한 얼굴을 고른다면 그렇단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