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마음.zip #1
공원을 달리다 야외 공연장 앞에서 멈춰 섰다. 텅 빈 무대를 바라보고 홀로 앉은 사람. 등만 보인다. 햇살을 받아 매끄럽게 빛나는 동그란 등이었다. 수천 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들 중앙에 덩그러니 앉은 그녀가 궁금해진다. 어떤 연유로 여기를 찾았을까? 나무 그늘이 드리운 벤치도 있고, 잔디가 곱게 깔린 언덕도 있고, 시원하게 바람이 통하는 정자도 있는데 말이다. 우연히 지나가다 머무는 걸 지도 모르겠다. 자주 혼자 시간을 보내던 곳일 수도 있고. 뻥 뚫린 하늘 아래 부채처럼 펼쳐진 빈 의자와 따뜻하게 데워졌을 한 사람의 등. 등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등이라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등을 보고 멈춰 설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등은 누구에게나 미지의 세계가 있음을 일깨운다. 둥글고 깊고 여리고 고독하고 단단하고 아득한 세계. 모른다는 생각을 전제로만 사람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는 것 아닐까. 멈춰 선 발걸음을 돌려 다시 달린다. 수많은 등이 스친다. 보았던 등, 보려 하지 않았던 등, 볼 틈이 없었던 등, 잊은 등. 달리는데 무슨 생각이 이리 많을까 하면서도 기분이 맑다. 파삭한 가을이 몸을 훑고 지나간다. 겨울을 대비하며, 모르는 마음을 수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