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T Sep 30. 2024

제목을 입력하세요

소제목을 입력하세요

받아쓰기처럼 정해진 대로 글이 써지면 좋겠다. 밑그림처럼 써야 될 것들이 보이는 것이다. 계획대로 모든 것이 차근차근 이루어진다면, 앞이 보이는 거니까. 


연한 회색 글자 배경 위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면 시간이 빠르게 간다. 고민도 필요 없고, 실수도 없는 완벽한 글이 완성된다. 


'제목을 입력하세요'와 '소제목을 입력하세요'라는 지침을 똑같이 적어본다.


따라 쓰니, 글을 적는 건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해치워 버려야 하는 일이 된다. 이내 흥미를 잃겠지. 정해진 각본에서 깜박이는 커서가 온점에 다다를 때, 그래도 완성한 보람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불확실함에서 재미를 찾는 건 피곤하다. 추구해야 한다지만 온전히 원하기 어렵다. 제목을 써야 할 곳에는 제목이 없다. 이것도 글이냐 물으면 글감이 없어 주절거리는 것도 하나의 장르이지 않을까? 언제나 답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답을 찾을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피로감과, 해야만 하는 의무감 사이에서, 확실한 것들이 그리운 날이다. 




 

이전 22화 물들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