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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T Oct 02. 2024

그림자

뒤틀린 

그림자가 커서 걸음을 멈췄다.

몸보다 더 길게 뻗어,

발 뒤꿈치를 잡아끈다. 


그림자를 벗어던지고 나아갈 수 있다면 

해가 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빛을 온전히 받아 

꿈틀거리는 그림자를 

발아래로 숨겼다. 


뒤틀린 검정개가 

몸속을 타고 올라 짖고 또 짖었다. 

어디서 왔을까?


해가 뒤로 기울면 

앞으로 기어 오는 노을 보다

그림자는 키를 훌쩍 넘었다.

아주 길고 짙게 드리워졌다.


어둠이 키보다 더 커지면 

조용해졌고,

자꾸 아래를 보게 된다.


발아래 있던 건 사라져 

온통 검은색으로 덮여버린다. 

걸어도 걸어도 아래를 밟고 있다.


운 좋게 무언가 발에 차여도 

사라지고 만다. 

벗어날 수 없이 뒤틀려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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