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길을 걷다 문득 생각한다. 이 짓을 계속하려고 태어났나? 한번 넘어진 곳에서 또 넘어진다. 그 반복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처음엔 그저 길을 가다 발이 걸린 움푹 파인 곳이라고 여겼다. 이유를 묻기보단 조심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일어나 지나쳤다.
하지만 그 다짐은 구덩이 속으로 무너졌다. 이제 이것의 정체를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길을 걷는다. 그 자리를 다시 지나간다. 안 넘어져야지 하다가 또 넘어진다. 아마 이 구덩이는 두려움과 익숙함, 희망과 불안이 뒤엉킨 복잡한 공간이다.
구멍은 날로 커져만 간다. 넘어질수록 더 깊어지고 커진다. 똑같은 자리에서 반복된 실수들이 쌓인다. 점점 더 깊어져 때로는 질린다. 그럼에도 이 구덩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왜 계속 이 자리를 밟고 있는지 자문한다. 답은 단순하다. 이 구덩이는 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구덩이를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눈으로 깊이를 재면, 닿지 못하는 공간이 펼쳐진다. 그래서 또다시 구덩이에 빠질 것이다. 다음번에도 넘어질 것이고, 그 자리에 오래도록 누울 것이다. 용납할 수 없다는 말은 비웃는다. 개의치 않고, 반복한다. 결국 나는 나의 구덩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