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그림자가 커서 걸음을 멈췄다.
몸보다 더 길게 뻗어,
발 뒤꿈치를 잡아끈다.
그림자를 벗어던지고 나아갈 수 있다면
해가 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빛을 온전히 받아
꿈틀거리는 그림자를
발아래로 숨겼다.
뒤틀린 검정개가
몸속을 타고 올라 짖고 또 짖었다.
어디서 왔을까?
해가 뒤로 기울면
앞으로 기어 오는 노을 보다
그림자는 키를 훌쩍 넘었다.
아주 길고 짙게 드리워졌다.
어둠이 키보다 더 커지면
조용해졌고,
자꾸 아래를 보게 된다.
발아래 있던 건 사라져
온통 검은색으로 덮여버린다.
걸어도 걸어도 아래를 밟고 있다.
운 좋게 무언가 발에 차여도
사라지고 만다.
벗어날 수 없이 뒤틀려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