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돼지에게는 왜 그렇게 뚱뚱하냐고 하지 않는다. 사람에게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건 무례한 일이다. 그러나 외모에 대한 편견이 기가 막히게 존재한다. "왜 그렇게 뚱뚱해?" 보다, 마른 사람에게는 "왜 그렇게 말랐어?"라는 질문은 쉽게 던진다. 마른 몸무게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더 적나라하고 이중적이다.
한 번도 쪄본 적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그러나 꼭 다이어트를 실패한다면서 신세한탄하는 사람들이 말한다. "뭘 안 먹니?", "좀 쪄야겠다", "비쩍 말랐네, 골았네", "이러고 어떻게 사니?" 이걸 걱정으로 포장해 끊임없이 지껄인다.
그러다 갑자기 또 부럽다며 난리다. 다이어트에 매번 실패한 자신을 스스로 깎아내리면서도, 날 때부터 그런 거냐며 재수가 없다고 한다. 어떻게 들릴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물만 먹어도 찐다"는 말도 한 몫한다. 쉽게 뱉는 말 뒤에 누군가의 사정이나 고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태도가 숨어있다.
특히 이런 걸 칭찬으로 착각하는 게 희한하다. '당신이 뭘 먹어서 찌든 말든 상관없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저울도 몸무게를 보고 조용한데, 그 입을 그만 다물었으면 좋겠다고 여길 뿐. 그리고 상대적인 기준도 이상하다. 여자들은 마른 몸매를 미덕이라 여기면서, 남자는 볼품없다거나 멸치 같다며 비웃음을 듣곤 한다.
연예인들은 더 심각하다. 몸무게가 조금만 변해도 난도질을 당한다. 댓글은 칼날이다. 식단 조절 안 하냐는 비난도 쏟아진다. 실제로 보면 "너무 말라서 징그럽다"라고 한다. 이중적인 잣대로 평가할 시간에 스스로의 식단에 관심을 쏟았으면 좋겠다.
평가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들은 거울을 보는 대신 남의 외모에 집중을 한다. 상대의 외모와 몸무게를 논평하면 자신을 재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는 자를 들이밀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백설 공주 이야기에 나오는 거울을 보며 스스로를 돌아봤으면 좋겠다. "거울아 거울아 살을 어떻게 빼야겠니? 물만 먹어도 찐단다."라고 물어보면, 거울이 "남의 외모를 평가하기 전에 너 자신이나 제대로 봐"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몸무게가 마음에 들고, 건강하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마르고 뚱뚱 하고에 따라 행복이 결정된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일상을 보내는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체력이 있다면 충분하지 않나? 그 기준은 각자의 삶에 따라 다르니까 말이다.
얼굴에 성격이 나오고, 체형에서 생활습관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돼지보고는 왜 그렇게 게으르냐고 묻지 않는다. "맨날 누워만 있지 말고, 그만 먹고 운동을 하는 게 좋지 않겠어?"라는 말을 아낀다. 이 사람도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이유가 있을 테다.
비참해하면서도 살이 더 있다는 사실에 우월감을 느끼며 타인의 몸무게를 함부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존중의 태도를 먼저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스스로의 몸무게에 짓눌리는 건 자신의 평가 때문이란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그 입 좀 다물고, 남을 평가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