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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 소셜 스터디 Oct 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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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를 통한 나의 발견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맥월드(Macworld) 연단에 선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An iPod, a phone, and a breakthrough Internet communicator. Are you getting it? These are not three separated devices. This is one device.  


그는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기계를 꺼냈다. 이에 사람들이 열광하며, 현대인에게 필수품인 스마트폰 대중화의 시대가 열렸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찾는다

밤사이 내게 왔을 이메일과 카톡을 확인한다. 

화장실로 가면서 인스타를 열고 스토리와 피드를 훑고난 뒤 샤워를 한다. 

출근해서도 휴대폰은 나에게서 떨어질줄 모른다. 업무를 기계처럼 처리하고 하루종일 멍한 기분으로 마치 로봇마냥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움직인다. 

잠깐 친구들을 만나 저녁 식사를 하면서 내 앞의 음식을 찍어 인스타 스토리에 올린다.

집에 돌아가면서 누가 내 스토리를 봤나 체크하고, 유튜브를 켜서 알고리즘에 올라온 영상들을 보며 도착한다. 

대충 씻고 침대로 기어들어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넷플릭스에서 자기 전에 볼만한 콘텐츠가 없나 스크롤을 무작정 내린다. 

그러다 피곤을 못이겨 잠이 든다. 


사실 위 이야기는 나의 일상에서 벌어지던 일들이었다.


만약 이 모습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익숙하다면 꼭 이 글을 읽어보기 바란다.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뭔가 문제가 있음은 분명한 이 일상을 어떻게 바꿔야할까? 


바로 디지털 디톡스다.

   

스마트폰은 참 좋은 친구지만 너무 가까이 두면 나만의 시간을 앗아간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메일, SNS, 메신저를 확인하면 숨쉴 틈 없이 정보와 타인의 인생이 흘러들어온다. 결국 나는 즉흥적인 자극에 주도권을 또 뺏겨버린다.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엄청난 편리함을 주었지만 동시에 중독을 주었다. 스마트폰 중독은 이미 국제적으로 고질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을까?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국민 1만명을 대상으로 (1) 조절실패, (2) 현저성, (3) 문제적 결과라는 3가지 척도를 활용해 과의존 실태를 파악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률이 무려 30%이고, 전체 인구의 스마트폰 과의존 경향이 20%에 달한다. 즉,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2명은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과 마약 중독의 공통점  


스마트폰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오던 기성세대와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바라보는 시각부터 다르다. 즉, 옳고 그름이라는 가치 차원의 문제로 이 현상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세대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수시로 켰다 껐다 하지 않는가? 


스마트폰 사용은 이제 일상인데 왜 많이 사용하는 것이 문제인걸까? 

답은 도파민 분비 이상에 있다.  


도파민은 행복감과 쾌락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로서 인간이 특정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이 주어지면 뇌가 쾌감을 느끼도록 한다. 사실 이 도파민은 인간에게 매우 이로운 물질이다. 흔히 말하는 ‘성취감'이 바로 도파민이고, 동기부여를 하는 생리적인 보상체계이기 때문이다. 도파민이 있기에 우리는 도전을 하고 성취감을 얻으면서 앞으로의 목표를 계속 세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보상체계는 생각보다 취약하다. 

우리가 갈망한 바를 큰 노력없이 즉각적으로 성취하는 것이 반복되면 이 보상체계는 무너진다. 그런데 우리는 이 보상체계를 망가뜨리기 너무 쉬운 환경에서 살고있다. 담배가 피고 싶으면 길거리에 즐비한 편의점이 우리를 반기고, 성욕이 끓어오르면 인터넷에 넘치는 야구동영상이 있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이 욕구를 즉각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환경에 둘러싸인 우리의 뇌는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해져 도파민 분비 장애를 겪게 된다. 도파민에 절여진 뇌는 계속 “지금 당장!”을 외치게 된다. 마치 영화 속 인물들이 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마약을 접한 후 금단 현상을 겪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계속 쉽게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방법만 찾게되고, 힘들여 노력하는 것에 대한 보상은 도파민 분비 이상자들에게는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즉,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중독이 무서운 이유다. 


조금이라도 무료하면 스마트폰을 바로 켜서 뇌에 자극을 주는 짜릿한 콘텐츠를 찾아다닌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면서 뒹굴거리는 것 역시 이러한 중독현상이다.  SNS에서 누군가 나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겼을 때 뇌가 보이는 반응은 코카인을 흡입했을 때와 비슷하다고 한다. 


이런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다 보면 뇌는 결국 흥분을 추구하는 상태가 되어버려서 일상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일상 생활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스마트폰에 중독된 개인이 현실에서 느끼는 자극이 너무 약하다는 뜻이다. 


현실에서는 무언가를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들여야한다.


토익, 토플 등 어학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오랜 공부를 하고, 좋은 몸을 갖기 위해 퍽퍽한 닭가슴살을 단군신화 속 곰마냥 섭취하면서 고통스러운 운동을 해야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 위해서는 도시를 벗어나 두세시간 이동해야 하고 사람들과 좋은 대화를 나누려면 시간과 감정을 소모해야 한다. 


스마트폰 중독이 극에 달했던 당시의 난 불면증, 집중력 저하, 오전 내내 멍함, SNS 중독에 시달렸고 생활 자체에 대한 통제를 잃은 기분이었다. 왠지 모를 초조함과 스트레스는 덤이었다. 난 인생의 진정한 자유와 성취를 통한 행복을 느끼기 위해 나는 스마트폰 과의존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구글, 애플 등의 테크 회사들 역시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스마트폰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애플은 iOS 12 업데이트에서 앱 리미츠(App Limits)와 스크린타임 써머리 등 사용 시간 통제를 보조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구글 역시 이와 유사하게 앱 소비시간과 잠금해제 횟수를 표시하고, 설정 시간 이후 스크린이 흑백으로 전환되는 윈드다운 모드 등을 소개했다. 다만, 이런 외부적 노력과 별개로 우리는 스스로 보상체계를 정상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디지털 디톡스'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담배와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담배나 술을 끊어야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디톡스는 우리가 단식을 통해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하듯이 디지털 기기를 나로부터 분리하여 심신을 회복하는 것이다. (말이 쉽지..)


담배와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담배나 술을 끊어야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디톡스는 우리가 단식을 통해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하듯이 디지털 기기를 나로부터 분리하여 심신을 회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디톡스는 소시민에게 있어 사치이다. 업무 목적 등 필수불가결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어느샌가 우리의 손은 카톡과 인스타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따라서, 디지털 디톡스를 현대인들의 일상을 고려한 방법으로 진행해야만 한다.  


내가 택한 디지털 디톡스는 아침 기상 후 한 시간, 취침 전 한 시간 동안만 스마트폰 사용을 멈추는 것이다. 이 방법만으로도 나의 일상은 크게 나아졌다. 하루에 2시간은 적어도 ‘나만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스마트폰과 떨어져서 나는 온전히 현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동안 나의 호흡, 침대시트와 이불의 촉감, 시계의 초침 소리, 집 밖에서 들려오는 새, 매미, 사람의 소리, 그리고 요즘은 매일같이 들리는 빗소리가 더 또렷해졌다.


기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팀 페리스(Tim Ferris)는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승리하는 아침을 만드는 5가지 의식을 소개했는데, 디지털 디톡스를 추구하는 이에게 좋은 가이드라 생각한다.

   

일어나자마자 잠자리 정돈(3분) - 하루를 작은 목표의 성취로 시작한다. 스마트폰 스크롤에서 오는 즉흥적인 도파민을 성취를 통한 도파민으로 대체한다.    


명상(10~20분) - 명상은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태연하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즉, 즉흥적인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초연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음 훈련이다.


한 동작을 5~10회 반복(1~5분)- 거창한 운동보다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진행한다. 아직 잠이 덜 깨거나 피로한 몸을 움직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따뜻한 물 마시기(2~3분)- 공복에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은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신진대사 향상, 소화 기능 증진, 변비 완화, 신경계 안정 등의 효과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물 외에도 기분에 따라 카페인이 없는 차 등을 우려 마시는 것도 좋다.    


아침 일기 작성(5~10분)- 일기를 거창하게 쓰는 것보다는 간단하게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피곤한 하루의 마무리가 아니라 활기찬 하루의 시작을 위해 일기를 쓰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나도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은 이후로 1년 이상 아침일기를 작성하고 있는데, 하루의 질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몸소 체험해봤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면서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나와 무관하게 세상에선 이미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인류애(?) 마인드와 인싸 마인드로 주변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궁금할 수 있고, 이를 살펴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내 몸과 마음부터 살피자.


우리는 스마트폰을 더 잘 다룰 수 있고, 더 나은 공존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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