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기대와 독립
내 mbti는 enfp이다. 여기서 "e"가 의미하는 바는 외향성이다. 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처음 만난 사람과 이것저것 질문하고 답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도 좋고, 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 최근 근황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들을 던지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서로의 독백을 듣는 것도 좋아한다. 무엇보다 대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관계는 특히 중요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할 때 몇 배로 더 행복감을 느꼈다.
내게는 언제부터인가 멋진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아오고 있다. 2018년에 너무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19년에는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또 만나버렸다. 그리고 20년에도 또 만났다. 너무 멋진 사람들 곁에서 한 해를 함께하는 행복을 느꼈다. 내가 이렇게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기대감"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사람에게 거는 기대감. 나는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기대를 한다. '저 사람이 얼마나 멋있는 사람일지.'에 대해서. 대부분은 그 기대감을 뛰어넘고 내게 다가와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기대감에 n배만큼 실망한다. 내가 자꾸 기대하고 실망하는 모습을 본 지인들은 내게 이렇게 말해준다.
사람한테 너무 기대하지 마. 다쳐.
이런 말도 있고, "너는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살아?"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이다. 누군가를 만나면 당연하게 기대한다. 남들은 피곤하게 산다고 하지만,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한테 계속 기대하고 실망할 거다.
남들은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사냐고 말하겠지만, 이게 뭐? 난 오감 만족하며 사는 거야.
물론, 자제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최근에. 나는 같이 노는 게 너무 좋은데, 같이 놀고 싶은 상대방이 그럴 의지가 없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 사람은 본인만의 시간을 갖음으로써 에너지를 얻는 내향성 사람이었다. (놀랍게도, 외향성인 내 주변에는 내향성이 많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혼자 있는 시간을 원했고, 나는 외로웠다. 어느 순간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만 너무 좋아하는 것 같고, 나만 아무것도 없는 느낌이었다.
이건 너무 치사해서 안 되겠다.
나도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떠나야겠다. 나 없이 잘 살아보라지. 하지만 할 것이 없더라. 그 사람과 만나 대화하고 싶은 것이 전부인데, 혼자서 할만한 것이 없더라. 그래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상대가 없어서 대화를 하지 못한다면, 상대가 정해지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글을 쓰자고. 실제로 썼고, 우연히 <대학내일>에 내 원고가 실렸다. 자신감을 갖게 되고 망설이던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다. 삼수 끝에 작가가 되었다. 덕분에 글을 쓸 수 있고, 읽어주시는 구독자분들이 계시다.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내면을 사색하면서 새로운 글감을 찾기도 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나만의 취미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나름 혼자 노는 것도 괜찮네? 나는 더 같이 놀고 싶은데 나만 이런 것 같아서 속상하고 그 사람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취미를 찾아 떠났는데 혼자 노는 것도 재밌더라. 왜 그렇게들 혼자 노는지 좀 이해한 것 같다.
혼자 놀기 싫어서 상대방에 맞춰주는 것은 이제 그만하련다. 여전히 사람들이 좋다. 나는 계속 기대할 거고, 실망할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과 함께하기 위해서 내가 원하는 것도 포기하겠지.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더 좋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포기하지 않고, 타협할 것이다. 어떨 때는 원하는 바가 맞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같이 놀면 된다. 그런데 원하는 바가 맞지 않을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또 따로 놀면 된다. 그러다가 언젠가 다시 만나지 않을까?
나 없이도 잘 노는 것이 야속해서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었고, 떠났다.
관계를 독립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