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옥 <캔들> 후기
캔들/안미옥
궁금해
사람들이 자신의 끔찍함을
어떻게 견디는지
자기만 알고 있는 죄의 목록을
어떻게 지우는지
하루의 절반은 자고 일어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흰색에 흰색을 덧칠
누가 더 두꺼운 흰색을 갖게 될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은
어떻게 울까
나는 멈춰서 나쁜 꿈만 꾼다
어제 만난 사람을 그대로 만나고
어제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징그럽고
다정한 인사
희고 희다
우리가 주고받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죄를 짓지 않고, 어떻게 삶을 살 수 있을까? 모든 일이 제로섬 게임인 것은 아니지만, 내가 누리는 것, 내가 얻는 이익은 누군가는 꿈도 꿀 수 없는 것들이다. 내가 누군가를 발밑에 두었기 때문에, 나는 이 대학에 왔고, 부모의 돈을 착취했기 때문에, 이 생활이 가능하고, 누군가 동물을 죽였기 때문에, 나는 고기를 먹는다. 아무도 이걸 죄라고 부르지 않는다. 누구나 이렇게 사니까. 예민한 사람만 이걸 죄라고 인식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선량함을 어떻게 증명할까? 선행을 하고, 호의를 보여준다. 어두운 모습이라곤 하나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새하얀 벽지, 두껍게 칠해진 흰색 페인트는 자신의 어둠을 가리기 위해서. 그렇게 남은 것은 위선이다. 위선 또한 하나의 죄라고 한다면, 우리의 죄의 목록은 무한정 확장 중이다.
죄는 가릴 수는 있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죄가 없다는 듯 고개를 들고 다니고, 일상을 유지한다. 나 또한 그렇다. 아무렇지 않다. 속은 썩어 문드러져도 아무렇지 않다. 우리는 삶의 전문가니까. 어떻게 하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지 긴 세월 동안 배웠으니까. 그래도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가슴 밑에서 멀쩡한 얼굴로 눈물을 흘린다.
그래도 일상의 시간은 간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하고, 말을 나누고, 어제와 같은 날을 반복한다. 그들은 알까? 나의 죄를. 그들은 새하얗다. 얼마나 칠했을까? 나쁜 마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궁금해지는 것.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끔찍함을 견디는지 궁금하다.
끔찍하고 다정한 인사, 사람들은 자신의 죄의 목록을 남과 비교해. 누가 더 흰지, 궁금해해. 우리가 매일 주고받는 것은 이런 것들 뿐이라서. 계속 만난다. 나의 죄의 목록이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 가길 바라면서, 저 사람도 나와 같은 죄를 지었기를 바라면서. 인사하고, 말을 나눈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계속 마음에 남는 건 “궁금해/사람들이 자신의 끔찍함을 어떻게 견디는지”였다. 이걸 누구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나만의 죄를 아는 사람, 어떻게 끔찍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나를 너무 부정적인 인간으로 보지는 말자.
질문 1. 화자는 어떤 사람인 것 같나요?
질문 2. 왜 흰색에 흰색을 덧칠하는 것일까요?
질문 3. 왜 인사는 끔찍하고, 징그러운 것이 되었을까요?
개인 나름의 생각을 적어주세요! 궁금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