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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의 지식, 위기의 예술

예술과 교양

by 밸런스

알면 보이고, 모르면 안 보인다. 어둠 속에서 불을 비추면 동굴 속에도 빛이 머물고, 앞이 보인다. 우리는 동굴에서 탈출한다. 탈출한 인간은 다시는 동굴 속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다만 다른 사람도 동굴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빛을 비출 뿐이다.


지식은 빛이었고, 세계는 동굴이었다. 세계는 빛을 비춰야 하는 곳. 머물 곳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가 속한 세계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열광한다. 우리는 머무는 것, 머무는 사람을 견디지 못한다. 그 사람들은 미쳤거나 돌았다.


동굴 밖으로 나가면 동굴이고, 동굴이고, 동굴이다. 밖이 있을 것이리라 믿고 계속 걷는 사람, 교양인이다. 그들은 동굴 안에 있지 못하고, 동굴 안에 있는 사람을 깔본다. 그들은 자신들의 우월감을 진심으로 믿는다. 얼마나 믿었으면 누가 봐도 우월감에 빠져있는데, 자기만 모른다.


예술 작품 또한 교양인에게는 떠나야 할 세계일 뿐이다. 그들은 예술의 아우라를 전혀 믿지 않는다. 작품의 아우라마저 그들에게는 걷어내야 할 어둠일 뿐이다. 그들은, 화가가 부끄러워할 정도로 작품의 옷을 벗겨 버린다. 그리고 떠나간다. 그들이 다시 돌아올 때는 사람들을 작품에서 떠나게 할 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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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