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천의 얼굴을 한 괴물들

<얼굴> 후기

by 밸런스

사람들은 표정을 숨긴다. 나쁜 사람도 좋은 사람인 척하고, 범죄자도 선량한 시민인 척한다. 그들은 좋은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그들 본래의 표정은, 자신보다 하찮은 사람을 대할 때 드러난다. 노인, 장애인, 추녀 같은 존재들.

사람의 악은 그런 얼굴로 온다. 찡그리고, 혐오하는 표정이 아니라, 너는 하찮고 약하다는 그 표정, 그게 악이다. 표정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의 악을 보지 못한다. 악의가 순수한 악의이고, 폭력이 순수한 폭력인 세상에서는 사람의 악은 보이지 않는다. 그건 짐승의 세계니까.

한 사람이 짐승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넘어올 때 처음 보게 되는 것은, 표정이다. 나의 사회적 위치, 나의 서열 같은 것이, 상대의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내가 아무리 나는 하찮지 않다고 말해도, 상대가 그런 표정을 짓는다면 나는 하찮아진다.

표정이 없는 인간은, 인간을 판단하지 않는다. 인간의 악을 행하지 않는다. 그는 괴물이다. 인간이 아닌 인간, 불쾌한 골짜기 한가운데에 선 인간. 우리는 인간이 되기 위해 표정을 짓는다. 진실을 숨긴다. 그래서 사회는 인간의 악으로 가득하다.

keyword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