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이야기들
나의 삶은 나에게 죽기를 권했다. 너는 여기서 살 수 없다. 숨 막히는 곳, 이런 곳은 우리의 서식지가 아니다. 맞는 말. 두 다리 뻗고 자본 적 없다. 두 다리에, 두 팔에 쇠창살이 묶인 느낌. 현실이었다. 아빠는 군대를 가라고 했고, 엄마는 그저 보기만 했다. 맞지 않는 곳들, 목을 맸다. 누군가 나를 불렀다. 환한 광체를 보았다. 광체에 다가가다, 눈을 떴다. 화장실이었다. 살아야 한다, 살아겠다고 생각했다.
군대를 제대하지 못했다. 현역부적합으로 나왔다. 이미 하나의 실패. 삶은 원하는 대로 해보라고 나를 부추겼다. 나는 1년, 내 마음대로 보냈다. 삶은 유쾌했고, 계속 유쾌할 것 같았다. 현실, 그것은 그대로였다. 군대, 졸업, 취업 같은 것들. 누구나 하는 것들. 난 전혀 하지 못할 것 같았다. 현실, 아무것도 못하겠다. 너무 무서워. 여기서 한 발짝이라도 나간다는 것이.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예술가의 광기를 보여준다고 말하지만, 나는 현실에 인간과 다른 한 발짝을, 내디딘 인간의 이야기로 읽는다. 그 인간은 삶과 현실의 조화까지 자기를 끌고 간다. 나도 그런 곳을 향해 한 발짝 내딛고 싶다. 현실은, 현실은, 내가 사는 곳. 삶은, 삶은 내가 나로 있는 곳. 내가 나로 사는 곳. 우리는 그런 곳을 찾아 떠나는 모험가.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것일까? 나는 낙관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도한다. 다만 조금만 더 그곳에 가까이 가게 하소서. 하나님, 이 고통을 조금만 더 견디게 해 주소서. 문이 열리지 않는다. 우리는 현실의 시련을 견뎌야 한다. 시련을 부정할 수 없다. 그곳이 우리가 사는 곳이니까, 다만 기다려라. 삶과 현실이 조화를 이루는 곳, 그곳이 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