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에 네가 들어갈 줄은!

by 톨슈


2인 사이즈의 작고 저렴한 전기밥솥. 미주권 유학생이라면 누구나 한인 사이트에서 중고로 사보았거나, 월마트에서 저렴하고 저렴한 것을 골라서 집으로 낑낑이고 와보았을 - 요망하고 매력적인 전기밥솥.


그 전기밥솥에 유학 시절 내내, 가장 많이 해 먹었던 것은 밥이 아니라 만두찜이었다. 전기밥솥으로 해 먹을 수 있는 안주 리스트를 쓰라고 한다면야, 종이 현수막이 처마 지붕에서부터 지하까지 파고들 정도로 쓸 수 있을 테지만, 그래도 그중의 으뜸은 만두찜이었다.


음주가무에 한 때라도 가락을 담가 본 자는 알 것이다.

자고로 술이 끊기면 흥이 떨어지고, 안주가 떨어지면 영혼이 떨어진다.





계속 떠들고 취하고 춤추기 위해서는, 뜨끈한 안주가 지속적으로 필요했다.

술을 먹다 보면, 차갑고 마른 건어물이나 과자들과는 그 결이 다른 뜨거움이 필요하다. 최대 두 시간에 한 번 꼴로는, 속 안에 뜨끈함을 흘러 넣어줘야지, 알코올에 취해가는 영혼의 끓는점이 넘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했다. 지나치게 술에 잡아 먹혀 버리거나, 내 속의 온도조절에 실패하는 일을 막아주는 행위였던 것이다. 사실 이것은 그럴싸한 핑계일런지도 모른다. 그저 한창때의 몸에는 지속적인 에너지가 필요했다. 술은 고기와 밀가루를 강하게 강하게 원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한국에는 ‘만두’라는 완벽한 식품이 존재한다. 고기도 들어가 있고, 당면도 들어가 있고, 야채의 씹히는 맛도 있고. 게다가 그 많은 것들을 무려 한 입에 넣기 위해서 아름다운 밀가루 피가 존재한다. 뜨거운 만두를 호-호- 불어 입안에 넣으면, 세상에 존재하는 맛있는 것들이 한 입에 들어온 마냥 만족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먹으면 배도 부르고, 무려 값도 비싸지 않았다! 속에 든 내용물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만두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질릴 틈 없는 완벽한 파라다이스 음식이다. 고향만두를 밥솥 가득 집어넣고, 완성되면 호로록 집어먹고-, 또 리필해서 호로록- 집어먹다 보면, 어느새 배가 빵빵해지고 영혼의 고픔이 해결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만두를 밥솥에 찌는 행위는 더 없이 쉽고 간단했다. 필요한 것은 만두 한 봉지와 밥솥과 전기 코드, 그리고 물 뿐이다. 나와 유학생 친구들은 밤마다 모여 앉아서 밥솥만두를 마시듯 몸 속으로 흘렸다. 사실 나에게 이 밥솥만두를 처음 알려준 사람이 있다. 근육이 불끈불끈했던 그는 몸이 지나칠 정도로 좋았는데, (늘 티셔츠가 터질듯 했고, 그가 주로 입던 티셔츠는 디즈니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였다.) 콧수염까지 기른 탓에 조금 다가기 힘든 이미지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는 뒤늦게 술자리에 작은 밥솥 하나를 들고 합류했다.


"너희, 밥솥만두라고 먹어봤니? "


"네? 그게 뭐에요?"


그는 말없이 밥솥을 열고 물을 부었고 찜판을 넣더니 만두를 와르르- 쏟았다. 그가 넘치는 근육을 움직여서 건네준 작은 만두 조각들은, 세상의 무서움과 외로움을 다 무용지물하게 만들었다. 그도 사실은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였고, 우리는 이윽고 그를 '만두 엄마'라고 부르게 되었다.




유학생 첫 해, 몸만 컸지 정신은 어렸던 나는, 정말은 매일 밤 한국에 있는 '진짜 엄마'가 보고 싶었었다.

엄마의 밥이 먹고 싶었다. 엄마가 해주는 한국음식이나, 엄마의 찌개가 있다면 바깥의 낯선 세상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강한 척하느라 엄마에게 전화도 한 통 걸 수 없던 매일의 나날들 - 그 속에서 뜨끈한 고향 만두 한 팩은 술과 함께 나의 속을 달래주었었다. 밥통이 매일 밤 모락모락- 만두를 품고 김을 뿜어내기 시작하면, 나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애써 지우고 맥주 한 캔을 뜯었다. '만두 엄마'가 근육으로 밥솥만두를 무한 생성해 주는 날은, 더욱이 한국에 대한 애타는 향수병을 술과 함께 쉬이 잠재울 수 있었다.




앗, 뜨뜨뜨- 성급히 입에 물면, 밥 솥에서 갓 나온 만두가 뜨거운 육즙을 흘리며 혀를 괴롭힌다.

어릴 적, 엄마와 혀를 내밀고 점점 가까이 가다, 서로의 혀가 닿기 전에 도망가기를 하던 게임도 떠오른다.


“엄마가 보고 싶다.” 그런 마음이 유학생의 밥솥 만두에는 담겨 있다.

작고 낡았던 밥솥과 고향만두 대형 포장 팩이 - 정말이지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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