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으로 사랑확인하는 방법

by 톨슈

“ 먹기 위해 사니? 살기 위해 먹니? ”


저런 답이 뻔한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대체 왜 하는 것이지?


아니, 대체 왜? 당연히 답은 전자가 아닌가? 먹기 위해 사는 거지!!


먹는 순간이 살면서 제일 즐거운 데!!!!



나는 한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저 질문을 해댔다.

놀랍게도 대답의 확률은 반 반이었다.


정말로, 세상에는, 살기 위해 먹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 (서른이 넘은 지금도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나 또 반대로, 나처럼 먹는데 과한 집착을 보이며 먹는 것을 정말 너무너무너무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유튜브와 인스타 시대가 도래하고서야 겨우 알았다. 왜냐면, 내 주변에는 나 정도로 먹을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한 지인들에게 물어보았다.



“ 남자친구나 남편이 가장 사랑스럽게 느껴질 때가 언제야? ”



-음, 내가 괴로워하는 음식물 쓰레기 대신 버려줄 때?

-음, 우리 부모님을 나보다 더 나서서 챙겨줄 때?

-음, 아침에 일어나서 잘 잤니 하고 다정히 문자가 올 때?



이런 대답들을 들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나의 정답은, ‘내 접시에 연인이 음식을 올려줄 때’이다.

더 나아가 정말 참사랑이다- 싶을 때는, 그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을 포기하고 내 숟가락에 얹어줄 때.’이다.


나는 그를 소개팅을 통해 만났다. 불같이 사랑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시작은 어디쯤 이였을까 - 고민을 해보니, 바로 소개팅에서 오븐 닭구이가 나왔던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는 당시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이었다. 누가 봐도 여자를 많이 안 만나본 연애초보 같았다. 여자를 대하는 매너가 익숙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소개팅의 시작은 여러 가지로 어색했다. 솔직히 첫인상에 얼굴은 좀 마음에 들었었는데, 매너 좋은 남자가 이상형이었던 나는, 이 사람은 너무 서툴고 재미없는 남자이지 않을까-속단했다.


그런데 호프집에서 주문한 오븐 닭구이가 나오자, 그는 나에게 다리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도 그렇다고 하더니, 대놓고 몇 초간 고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게 또 나는 너무 웃겼다.) 그러고는 다리 두 쪽을 찢어서 말없이 내 접시에 덜어줬다. 하나 드시라고 하자, 생각해보니 자신은 닭가슴살을 더 좋아하는 것 같으니 정말로 정말로 됐다고 말하며, 오버해서 닭가슴살을 우걱우걱 먹었다. 푸하하.

누가 봐도 티 나는 거짓말이어서, 그게 너무 귀여웠다. 그렇게 운명은 시작되었다.


알고 있다. 음식에 크게 집착이 없는 그인데도, 그는 정말로 닭다리를 좋아한다. 그래도 치킨을 시키거나 삼계탕을 먹을 때면, 그는 나에게 닭다리를 건네준다.


나는 그 순간이 늘 좋다. 사실은 나에게 닭다리를 두고 다른 부위보다 굳이 좋냐 싫냐 묻는다면, 좋아한다고 답하는 편이지만- 나는 닭의 모든 부위를 비교적 평등하게 사랑한다. 꼭 닭다리를 안 먹어도 상관없어서, 다른 지인과 먹을 때는 양보하곤 한다. 그런데 그와 먹을 때는 기어코 그가 건네 준 닭다리 두 쪽을 다 먹는다. 말수 적은 그가 닭다리를 아직도 나에게 건네줄 때, 아- 이 남자가 아직 날 사랑하나 보다, 싶어서 좋다. (웃음) 고작 닭다리에 사랑이라니, 하고 이 글을 읽고 생각하는 사람이 비웃을지도 모르겠으나, 그가 준 닭다리를 우물우물 먹다 보면, 나는 정말로 사랑이 느껴지고, 이내 행복해지고 마는 것이다.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사소한 이유로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지속된다.



나에게 있어서 음식은 살아가는 이유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행복한 순간에는 늘 음식이 함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음식과 함께 울고 웃었던 내 인생의 조각들을 앞으로도 잘 적어 내려가고 싶다!!

keyword
이전 10화사이드를 특별히 조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