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내 부탁하나 하리다. 일본에서 처음 고깃집에 갔을 때는, 꼭 메뉴판을 열심히 보기를. 나이가 어려서 지갑과 정신이 가벼울수록, 이 말을 꼭 잊지 말기를. 사이드를 무시하지 않고 정중히 지켜보는 삶을, 그대가 계속 살아갈 수 있기를.
사랑하는 사람과 후손에게 남기는 거창한 말로 글을 시작해 보았다. 그만큼 그 당시에는 충격적인 경험을 일본해서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정말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고등학생이었다. 하지만, 고기를 너무 사랑하는 영혼이었기에, 큰 맘먹고 일본에서도 비비큐 거리로 향했던 것이다. 고깃집으로 향하는 길. 혹시나 너무 비쌀까 걱정되는 마음과 동시에, 코를 자극하는 숯불의 향. 고기 이인분 정도는 가지고 있는 돈으로 충분하겠지. 흠흠 - 불고기 냄새가 난다. 김치찌개 냄새도 난다. 낯선 타국에서 만나는 한국의 냄새는 격하게 고등학생의 위장을 자극했다.
나는 한 때 정말로 고깃집 사장님이 장래희망일 정도로 구워먹는 고기를 사랑했다. 고깃집과 관련된 추억이 한 트럭하고도 한 가마니이지만, 여기서 다 말할 수는 없다. 오늘은 고깃집-이라고 흔히 우리가 일컫는, 정확히 말하자면 숯불화로 고기구이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식당에 갔을 때, 맛있게 먹는 나만의 철학을 설명해 보겠다.
일단, 고기의 기본 맛을 음미하기 위해서 잘 익힌 고기를 한 점 먹는다. 그리고 점점 양념이 강한 순으로 찍어 먹어본다.
첫 번째는, 소금을 살짝 찍어먹고 두 번째는 양파 간장에 살짝 찍어 먹는다. 세 번 째는 고추냉이가 있다면 고추냉이를 얹어먹고, 네 번째는 쌈장을 곁들여 맛본다. 그다음에는 사이드를 구어 얹어 먹는다. 마늘을 굽는다. 마늘은 구우면 신기하게 밤맛이 난다. 자갈처럼 귀엽게 생겨서는, 밤처럼 구수한 맛이 나서 고기와 함께 먹으면 힘이 난다.
그 다음으로 콩나물무침이나 파채를 굽는다. 살짝 고춧가루 양념이 된 야채들에 불향을 살짝 입히면, 야채들이 축 쳐지면서 고기를 감쌀 준비를 한다. 고기와 고기 사이로 야채들을 끼워 넣어 입에 넣으면, 비빔밥을 먹는 양 만족스러운 입안 축제가 벌어진다. 다음으로는 김치를 굽는다. 김치는 잎사귀 부분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굽는 것이 핵심이다. 너무 양념이 많이 묻어 있다면 적당히 털어내고 구워야 불판에 문제가 안 생긴다. 그리고 너무 많이 구우면 까맣게 타고 짜지니까, 적당한 타이밍에 앞뒤로 구워내 고기에 얹어 먹는다.
마무리로는 이 모든 것들을 다 넣고 계-속 먹는다. 상추를 깔고 김치를 올리고 고기도 올리고 마늘도 올린다. 볼이 햄스터 마냥 빵빵해지도록, 큰 상추쌈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다 보면, 내가 살아 있는 이유가, 살아서 걸어서 오늘도 고깃집에 방문한 이유가, 실감이 난다. 자존감이 올라가고, 살맛이 난다. 나는 이렇게 고기를 만족스럽게 먹는다.
일본에서도 그러하였다. 일본의 신오오쿠보 거리. 대표적인 한국식당들이 몰려있는 도쿄의 동네이다. 당당하게 한국식 비비큐 전문점으로 들어가서 고기를 2인분 주문했다. 한국처럼 똑같이 따라 나오는 상추, 마늘, 고추, 김치, 쌈장. 한국식 비비큐는 제법 가격이 나오는 음식이긴 해도, 이렇게 다양한 사이드를 한국처럼 즐길 수 있는 것이 그저 신기했다. 한국식 식당 운영방식(반찬 리필제도)에 신께 감사드리며, 신나게 고기와 함께 마늘과 김치를 구워 먹는다. 모자라면 사장님을 불렀다. “사장님- 마늘하고 김치 더 주세요!!”
녹색과 갈색이 섞인 상추 한 장을 크게 깔고, 그리웠던 양념 된 고기와 쌈장을 올린다. 돈을 아껴야 하는 학생 신분이니, 고기를 더 시키지 않기 위해, 밥도 한공기 시켜 한 스푼 가득 퍼 넣는다. 입안 가득, 앙!!!!
아아 -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다.
그렇게 한국처럼 마늘과 김치 리필을 하기를 여러 번.
집에 가려고 계산서를 받고,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눈 앞의 숫자는 무엇인가.
저는 혼자 와서 고기 2인분만 먹었는데요, 사장님?
아뿔싸, 김치 한 접시, 마늘 한 접시는 한 접시당 추가금액 각 오천원이었다.
나는 당시 김치와 마늘을 각각 두세번 리필했다.
뚜둥-
사이드는 값이 안 나갈 줄 알았던 바보같은 그대여, 모르는 곳에 갔을 때는 다시 한 번 메뉴판을 뒷쪽까지 자세히 볼 지어다.
세상은 꼭 메인요리만이 중하지 않다. 그리고 사람도 그렇다. 모임에서도 중간에 가장 빛나고 있는 활달한 그 사람 뿐만 아니라, 뒷쪽에 보이지 않게 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몸값을 선보이지 않는 자에게도, 눈길을 주어 보아라. 알고보면 그 사람의 잠재력도 제법 될 것이다. 생각보다 돈을 뜯어갈 수도 있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