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싶지만 라면은 먹고 싶어."라는 생각이 아주 자주 든다.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죽고 싶은데 떡볶이는 먹고 싶어’도 떠오른다. 사람이란 이따금 이해가 힘든 존재다. 그래서 오늘도 이해하기 까다로운 나란 사람은, 생각한다.
안 아프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
오늘도 힘이 넘치고 싶어!!
그렇지만 라면이 정말 정말 먹고 싶어!!!!!!!!!
라면은, 신이 내린 음식이다. 누군가는 지구 상에서 가장 완전한 식품이라고도 말했다.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은 정말이지 희소하다. 전 세계에 다양한 라면이 존재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웬만하면 그 라면 중 하나는 누군가의 입맛에 맞을 터였다. 라면은 보관도 쉽고, 요리 과정도 간편한데, 그 노력으로 얻어지는 맛의 조합은 대체로 탄식이 나올 정도로 완벽하다. 그리고 뜨끈한 국물이 배후에 있어 한국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국, 탕, 전골로도 변신이 가능한 슈퍼 음식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라는 인간은 어떤 인간인가 ?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
먹고 싶은 것이 정말 많다.
가보고 싶은 곳이 정말이지, 많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도, 많다.
그렇다, 나는 욕심쟁이이다. 20대의 나는 정말로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하고 살았다. 사람 만나는 약속을 잡아도 하루에 3탕을 뛰는 날이 허다했고, 공부를 하는 시기에는 공부를 하며 장사를 했고. 일을 하던 시기에는 일을 하며 조직을 꾸리고 각종 동호회에 기웃거렸다. 틈이 나면 전 세계로 여행을 떠났고, 돈이 모이면 새로운 취미활동에 투자했다.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체력과 건강의 힘이었음을, 나는 30대가 되고서야 깨달았다. 그 전에는, 나는 타고나게 다른 사람보다 에너지가 넘치고 부지런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모든 것은 오늘 낮술을 마시고도 오늘 저녁 술을 마실 체력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떠들어도 쉬지 않는 목 덕택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두통이 일거나, 배가 아프지 않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움직이만 해도, 지치는 날도 더러 있다. 일만 하고 왔는데도, 침대에 붙어서 떨어질 수 없다거나, 그토록 애정 하는 음식을 조리하는 행위를 했을 뿐인데, 그 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날도 더러 있었다.
건강식품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홍삼을 사고 마즙을 사고 종합 비타민을 사고. 루테인을 사고 새싹즙도 시켰다. 목이 아파오면 목감기가 올까 두려워 지레 배즙을 연거푸 마시고, 위가 쓰린 때에는 몇 달간 양배추즙을 아주 달고 살았다. 그런 임시방편적인 영양제 섭취로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달렸다. 가능한 몸에 나쁜 음식도 끊어보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치킨을 먹을 땐 껍데기를 떼고 가슴살 위주로 먹는다거나, 피자는 최소한 배달시키지 않고 직접 토르티야나 식빵에 만들어 먹으려 노력했다. 떡볶이는 고추장과 물엿의 양을 줄이고 쌀떡을 주로 먹었고, 자주 가던 곱창 집의 인스타 팔로우를 취소했다. 먹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아쉬운 대로, 위에 열거한 모든 음식들은 대체나 절충이 가능했다. 그런데, 라면만큼은, 대체 불가한 존재였다.
힘이 너무 드는 날은, 라면이 정말 정말 당긴다.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날에도, 라면이 무지 당긴다. 달밤에 마음이 허할 때면, 라면 봉지가 슬며시 나에게 윙크를 보내곤 한다
죽어라 잘해주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을 선언한 구남친처럼,
라면은 잊으려 잊으려 해도 내가 지칠 때마다
내 영혼에 노크해서 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어느 날 생각했다. 라면을 물에 씻어 먹거나, 라면을 끓여 놓고 그 아리따운 국물을 다 버리는 행위는 나의 영혼의 진정성에 위배된다. 나는 사는 마지막 날까지의 나의 정신적 안위를 위하여 라면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 몸에 좋은 모든 것을 라면과 함께 먹음으로 그 위험성을 그나마 중화시켜 볼 것이라고!
나는 무슨 독립운동 하는 유관순님마냥 결의에 찼다. 그리하여, 라면에 몸에 좋은 것은 다 넣어 보기 시작했다.
제주도에 문어 라면이 유행하기 전부터, 문어와 해물을 넣어 먹었다. 이영자가 전참시에 나와서 흥분하기 전부터, 라면에 송이를 넣어 고급 송이 라면을 먹는 것은 가을의 기쁨이었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모 영화에 나온 한우 짜파구리를 먹기 전부터도, 나의 라면에는 자주 한우가 들어가곤 했다. 버섯, 청경채, 숙주, 배추, 콩나물 등은 건강 라면의 기본 템이다. 어떤 날은 멸치나 남은 닭뼈로 육수를 내어 라면을 끓여보기도 했고, 삼계탕에 넣고 남은 한약재로 육수를 우려 라면을 끓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청 커다란 홍삼 한 뿌리가 명절 선물로 우리 집에 도착했다. 뿌리째 그냥 씹어먹으면 좋다는데, 그다지 당기지가 않는다. 그래서, 라면에 넣었다. 잘게 잘라 라면에 넣었더니, 일본라면의 죽순처럼 그 자리에서 맛을 내며 라면에 감기더라. 라면 국물 맛은 쓴데도 달았고, 자극적인데 건강할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맛이었다. 그 뒤로 몸이 안 좋으면 홍삼절편이나 작은 인삼 한 뿌리와 파를 듬뿍 넣고 라면을 끓여낸다. 그러면, 괜시리 없던 호랑이 기운도 솟아나는 것이다. 라면을 먹고 난 뒤의 만족감과 행복감도 뇌와 위에 함께 전달된다.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먹고 싶은 것을 다 먹고도 건강했으면 좋겠다. 라면이 정말 먹고 싶으면 나처럼 먹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 먹고 싶은 걸 못 먹고살면, 정신이 시든다.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육체가 스밀지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