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럴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굳이 말하자면 오럴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다. 어딘가 모르게 오럴을 할 때 느껴지는 쿰쿰한 향이 싫었다. 코가 민간함 편은 아니었다. 남자의 땀 냄새도, 운동하는 남자의 근육도 모두 좋아했다. 남자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신체 부위를 사랑했다.
그녀 자신의 몸보다 남자의 몸은 뭐든지 조금 더 단단하고 윤곽이 뚜렷했다. 가질 수 없는 두께와 질감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있었다. 당연히 때로는 땅콩 같기도 하지만 때로는 바나나 같기도 한 페니스 부위도 싫지 않았다. 만지작만지작 손에 쥐고 있을 때면 자기 멋대로 매번 촉감을 달리하는 그 녀석이 재밌고 귀여웠다.
좋아하면 가지고 싶고 먹고 싶다. 제법 가지고 싶은 녀석이었기에, 그녀는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녀석을 만족시켜주고 싶었다. 처음부터 입에 넣는 행위에 거부감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느 날부터 입에 넣으면 알 수 없는 냄새가 났다. 타인의 살을 혀로 농락할 때 느껴지는 보통의 심심하면서도 짭짤한 느낌이 아니었다. 보통의 다른 부위는 빨면 빨수록 빨고 싶다고 그녀는 자주 생각하곤 했다. 계속 두면 어느 부위든 삼십 번쯤은 빨 수 있었다. 애무를 할 때면 그녀는 느닷없이 상대방의 손가락을 빨았고 목덜미를 빨았고 허벅지를 빠는 것을 즐겼다. 피부란 마치 평양냉면처럼 별 맛이 없는 것 같은데도 계속 입 속으로 살의 맛이 감기는 것이었다. 쪽쪽 빨 때마다 알 수 없는 평온함과 희열이 차올랐다. 남의 살을 한참 빨다 보면 궁극적으로는 그녀 자신의 침 내음만이 남았고 그 속에서 알게 모르게 만족의 달콤한 향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부위는 달랐다. 빨면 빨수록 알 수 없는 냄새가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오럴을 할 때는 여덟 입이 딱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여덟 번 정도 입안에 넣었다 뺐다 빠는 것. 그 정도만이 이상한 냄새가 그녀를 감싸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신기하게도 여덟 입이 아니라 아홉 입을 머금으면 그때부터는 알 수 없는 냄새의 고통이 그녀를 헛구역질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요즘 예민해서 그런가,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의 문제인가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남자의 것을 먹어 보았다. 그런데 똑같았다. 딱 여덟 입을 벗어나는 순간, 그것은 피넛버터 맛의 도넛에서 외계인 같은 물체의 맛이 낫다. 그래서 그녀는, 딱 여덟 입만 빠는 여자가 되었다.
여자는 남녀관계에서 모든 일에 평등한 것을 좋아했다. 그것은 페미니즘적인 사상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녀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적용되는 것이었다. 노약자를 제외하고는 예외가 없었다. 그녀는 받은 만큼 돌려주고, 주는 만큼 받는 것이 그 누구보다도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남자가 오럴을 해준다고 달려들 때에는, 그녀는 “딱, 여덟 입만.”이라고 말했다. 어떤 남자는 아쉬워했고, 어떤 남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자도 때로는 아쉬움을 멈출 수가 없었지만 어느새 여덟 입의 맛에 익숙해졌다. 모름지기 모든 것은 아쉬울 때 멈추어야 다음에도 또 하고 싶은 법이었다.
그녀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덟 입만 빨아주고 여덟 입만 빨 수 있는 여자란, 남자에게는 완전한 정복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때로 어떤 남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 화를 냈다. 하지만 순종적이거나 배려심이 넘쳐서 여자의 말을 잘 들어주는 어떤 남자에게는, 최고의 매력적인 여자였다. 완벽히 가질 수 없기에 그녀는 더욱 탐스러웠다.
단 여덟 입의 한정이기에 그녀는 더욱 여덟 입에 충실했다. 어느 날은 태풍이 몰아치듯 격렬하게 여덟 입을 물었고, 어느 날은 아주 천천히 한 번 물었다가, 쉬었다가를 반복하며 애간장을 태웠다. 어떤 때는 한 번 빨고, 한 번 입바람을 후 불었다. 뜨겁고 차가운 기운이 오로지 여덟 번씩 반복될 때, 남자의 흥분이 격하게 더해짐이 느껴졌다. 오래 먹고 싶은 기분이 드는 날에는 입 안 가득 한 입을 크게 머금은 채로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흘렸다. 그 소리의 여파에 진동이 전해지면 남자는 부르르 떨었다. 여덟 입을 만족스럽게 즐기고 난 뒤, 남자를 올려다보며 눈을 맞춘다. 단 여덟 입으로 남자가 흥분에 다다르는 과정을 보는 일은 예상보다도 더 스릴이 있었다.
그 뒤로 그녀는 무엇이든 여덟 입만 빨고 여덟 입만 먹는 버릇이 생겨났다. 어쩐지 여덟 입이란 자신의 몸 상태와 딱 맞는 사는 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쭈쭈바를 먹어도 여덟 번만 빨았다. 빨대로 음료를 마실 때에도 여덟 입에 먹었다. 가끔 아주 더운 여름날 시원한 음료를 한아름에 들이키고 싶을 적에도, 그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정확히 여덟 번에 나누어 흡입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메뉴인 김치볶음밥은 여덟 숟가락으로 나누어 먹었다. 가족이 라면을 끓이면 “한 입만” 대신에, “작은 여덟 입 만” 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식욕을 과시했다. 신기하게도 세상의 모든 입에 넣을 수 있는 것들은 여덟 입으로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한 판의 초콜릿도 가능했지만, 껌과 같이 작은 것도 어쨌든 나눌 수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치즈도 사과도 여덟 조각을 칼로 잘라 내어 먹었다. 애초에 여덟 입이 될 수 없는 사탕 같은 한 덩어리 물체들은 여덟 번만 빨고 퉤-하고 뱉어버렸다. 여덟 입은 익숙하고 지겨웠던 세상을 새롭게 느끼게 해주는 환각제이자 윤활유였다.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자신이 ‘8’을 수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은 중국인이며, 실제로 인터넷에 이름을 치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재력가이자 사업가라고 했다. 구글에 검색해보니 과연 그 이름이 나왔다. 그는 왜 8을 모을까. 중국어로 8의 발음은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를 가진 ‘파차이’의 파 발음과 유사하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8자가 많이 들어간 전화번호나 자동차의 번호가 어마 무시한 가격을 호가하며 부자들에게 팔려나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8 컬렉션에 그녀를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8을 지닌 사람들을 곁에 계속 두기에, 자신이 더욱더 부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믿고 있었다. 그의 비서는 88년 8월 8일 오전 8시 8분에 태어난 사람이었다. ‘8’ 들을 가지고 태어난 행운으로 그는 상상도 못 할 몸값을 받고 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8개로 태어난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의 취미 미술 선생님이었다. 그 외에도 8과 관련한 사람들이 그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다음은 그녀의 차례였다. 오직, 여덟 입만 먹는 여자니까.
그녀는 8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어느 날 느껴진 쿰쿰한 냄새가 그녀를 이끌고 간 세계에 대하여 생각했다. 그 부자 남자는 나를 만나서 무엇을 원할까. 여덟 번을 빨아달라는 것일까, 여덟 번을 빨아준다는 것일까. 아니면 ‘8 컬렉션’에 나를 채워놓고 고용하고 싶은 것일까. 여자는 그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었다. 사실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여덟 번만 하고 여덟 입만 먹는 삶에 녹아내린 뒤였다.
그녀는 스스로 8과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그녀처럼 8에 집착하는 남자라면, 그의 초대에 기꺼이 응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뜨거운 한 여름날, 그는 약속대로 그녀에게 8일 오전 8시에 출발하는 상하이 행 표를 보내왔다. 좌석번호는 8H였다. 새로운 8의 세계를 향한 흥분감에 몸이 팔자로 배배 꼬인다. 그녀는 흥분되는 맘을 진정시키려, 기내식을 먹었다.
오직, 여덟 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