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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vin May 14. 2024

It's been almost a decade

10년 전 vs 10년 후

Where do you see yourself in 10 years?


2년 전 미국 의대 면접 준비를 한창 하고 있을 때 뽑아뒀던 기출질문 중 하나이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충 도시나 그 교외 지역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를 끝내고 병리학 분야의 펠로우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답을 준비했던 것 같다. 비록 실제 의대 면접에서 이 질문을 받진 않았었지만 당시 준비했던 저 답변은 크게 뭔가 와닿지 않는 형식적인 답변이란 느낌이 조금 드는 것 같다. 하지만 의대를 재도전하는 지금, 저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은 동일하다. 형식적이란 느낌이 들긴 해도 당장 내일의 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에 10년 후의 내가 어떻게 될지 어찌 알겠거니와, 그래도 10년 후 내가 일하고 싶은 환경과 전문분야에 대해 언급을 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답변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동안 의대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뚝심 있게 재도전을 향해 달려왔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상 먼 미래는 딱히 생각도 하지 않는 내가 뜬금없이 10년 후의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에 봤던 "짧은대본"이라는 웹드라마에 나왔던 대사 때문이다.


"그땐 아예 몰랐는데 지금 와서 그때의 나를 생각해 보면 외로웠던 것 같아. 그래서 가끔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보려고 10년 후의 나로 빙의해서 나를 볼 때가 있다? 왜냐면 지금 나는 모르거든. 외로운지 슬픈지 행복한지."


실제로 나도 당시에 처했던 상황, 느꼈던 감정들을 그 순간에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해석이 가능했던 일들이 많았다. 직전 글에서의 내 말투에 대한 이야기, 카타르시스란 제목의 글에서의 내 슬럼프에 대한 이야기, 옛날 짝사랑했던 여자아이에게 고백에 실패하고 어색해지지 않으려 한답시고 했던 행동들이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 친구에게 매우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다가왔을 것이라는 깨달음 등 아주 많다.


10년 전의 나는 평범한 한국의 중3이었다. 그때의 나는 한창 외고 입시 준비를 하며 국영수+과학 총 4개의 학원을 다니면서 방과 후 새벽까지 학원에서 사는 것이 일상이었던 시기였다. 이런 생활이 힘들었나 생각해 보면 조금 피곤하긴 했어도 엄청 힘들다란 느낌은 없었고 그 당시에는 내 주변에 이렇게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았기에 동지애 때문이었는지 크게 외롭다 느낀 적도 없었던  같다. 네임밸류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위해선 당연히 거쳐야 하는 절차라고 생각했던 것도 한 몫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참 어렸던 나 자신이 좀 대단했다란 생각이 든다. 더 나아가 나와 같이 특목고, 자사고를 준비하며 학원에서 기생(?)하던 모든 친구들이 대단했던 것 같다. 내 기억상 난 대학생 때도 중간기말 기간을 포함해 가장 늦게까지 공부했던 것이 밤 11시 반이었고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12시 반을 넘기기 전에 자야만 다음날 정상생활이 가능하기에 10년 전의 어렸던 내가 저걸 어떻게 했는지 감조차 오질 않는다. 지금 되돌아보면 별다른 감정을 느낄 새 없이 치열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지금의 난 10년 전의 내게 칭찬해주고 싶다. 네가 당시에 인지하지 못했던 그 끈기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고.


그래서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느끼는 감정을 지금의 내가 마주 볼 때와 10년 후의 내가 바라볼 때 많이 다를까란 궁금증이 생긴다. 지금 내가 보는 나는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너무 불안하지 않고, 조금 멀긴 하지만 가시거리 안에 있는 목표에 방향을 잡아두고 눈앞에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차근차근히 해가며 그 여정 속에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내 성격과 딱 걸맞은 생활을 하고 있다. 여전히 치열한 삶을 살고 있지만 학생때와 비교했을 땐 조금 여유가 생기고 나 자신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를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게 된 것 같다. 10년 후의 나는 지금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 내게 어떤 말을 해주게 될까?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잘하고 있다는 말이 제일 듣고 싶을 것 같다. 연애에 좀 더 힘써보라는 말을 할 것 같긴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고집 있는 내가 들을 것 같지 않고 하하;; 그래도 내 인생의 방향키만큼은 제대로 쥐고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은 확고하다. 의대지원에 한창 힘쓰고 있는 지금, 의사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10년 후의 나에게 때때로 의학에 대해, 사랑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싶기도 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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