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가 어떤 민족입니까, 구직의 민족
무한도전이 종영한 지 6년 여전히 나는 무한상사를 본다. 사직서를 꺼냈다 넣는 박 차장, ‘아유 하기 싫어’ 라며 면전에 푸념하는 박 차장이 유부장보다 정이 간다.
하루에도 몇 장의 사직서를 쓰고, 수시로 창업 아이템을 떠올리고, ‘아유 하기 싫어’ 그 짤을 조용히 떠올린다. 그럼에도 그간 구직어플을 깔지 않았던 이유는 할 수 있다는 나의 작은 희망이 소화 돼버릴까 봐, 지푸라기 라도 나의 의지가 꺾여버릴까 봐. 이미 오래전에 내가 버티고 일하는 모든 이유는 회사가 아니라 내 스스로가 되어버렸다. 내가 이룰 수 있는 어떤 성취와 미래가 단지 발 방향을 바꾸는 작은 일에도 틀어져버릴까 봐 겁 났다. 그러다 구직 어플을 다시 깔게 된 이유는, 무엇을 이루거나 이루지 못한다는 게 나의 선택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의 작은 체념으로 일을 그르치는 것이 아님을. 전환은 곧 다른 가능성을 의미함을.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일 하는 중간중간 수시로 뜨는 구인 알람이 묘하게 원동력이 된다. 세상엔 사람을 필요로 하는 회사가 많고, 나의 가능성도 그만큼이나 많구나. 내 인생은 회사보다 넓다는 사실이 사람을 여유롭게 한다. 마음은 더 이상 불안하지 않고 생각이 부유한다.
가끔 마치 금요일 퇴근길에 배달 어플을 살피듯 채용 공고를 본다. 자세한 설명과 리뷰들로 이곳에 가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내가 좋아할 곳인지 무엇이 마음에 걸리는지 세어본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