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한 달 동안 준비해온 축제의 마지막날.
왜 모든 마지막은 늘 아쉬운 걸까?
첫째날만 해도 열정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둘째날만 해도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열의가,
셋째날만 해도 드디어 끝이라는 개운함이 있었는데
마지막날이라는 생각으로 축제 장소에 들어서자
이 모든 것들이 끝이라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입안에 가득 고였다.
마지막 날인 만큼 텐션 업!
오늘 하루도 끝까지 잘 지내보자.
아쉬운 마음을 담아, 부스 하나하나를 다시 사진으로 남겨본다.
오늘의 점심은 비빔밥.
어제부터 함께 일한 동생이랑 행사 분위기를 즐기며
점심을 먹으려고 비빔밥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왔다.
어제 오전에는 티니핑 무대가 꾸며져 있어
어린 친구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트로트 가수 손빈아의 무대가 예정되어 있어
보라색 부스나 보라색 옷을 입은 분들이 많이 보였다.
그들이 즐거운 듯한 얼굴로 돌아다니는 걸 보며
우린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더욱 신경 써 고객들에게 친절히 인사를 건넸지만,
그중에는 몇 시간 동안 게임을 했다며
“고작 이런 것밖에 안 주냐”고 화를 내는 손님도 있었다.
날이 더운 가운데 오랜 시간 게임을 하느라 지쳐 있었을 수도 있겠지.
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게임 종료 기념품인 흰색 파우치를 몇 개 더 건네주었다.
몇 시간 동안 게임을 하느라 지쳐버린 이들이 있는 반면,
게임이 너무 재미있어 몇 시간이고 즐긴 어린이들도 있었다.
그런 친구들은 운영부스를 찾아올 때부터 표정이 다르다.
호주머니에 두둑하게 챙겨둔 돈을 들고
운영부스로 걸어올 때면 뿌듯한 얼굴로 다가온다.
“공주님~ 더운데 안 힘들었어요?” 하고 물으면,
“너무 재밌었어요! 그래서 50만 원이나 모았어요!” 하고 대답했다.
사실 게임의 특성상 한 사람이 돈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으면
시장에 만 원짜리가 돌지 않아 절대적으로 부족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밌었다”고 웃으며 말해주는 그들의 마음이 참 고맙고 어여뻤다.
이건 축제의 끝자락을 붙잡기 위해 남겨둔 사진들이다.
첫 번째 사진은 부스가 길가로 나왔을 때,
동생이 찍어준 사진으로 축제 3일 차의 모습이다.
두 번째 사진은 리치리치 페스티벌 목걸이를 반납하기 전 찍은 것이고,
마지막 사진은 돈을 많이 모아온 친구들에게 축하의 의미로 건넨 키링이다.
(사실 키링은 비공식 선물이었다. 굿즈 개수가 많지 않아서
내가 상품 수령 자리에 있을 때만 비밀리에 건넸다.)
이렇게 사진의 조각들을 모아놓고 보니
4일 동안 정말 후회 없이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마케터나 작가보다
이런 일이 내 적성에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마지막 날 축제 무대의 시작은 할머니 합창단의 공연이었다.
옷을 맞춰 입은 할머니들이
나란히 서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예전엔 나이라는 한계에 갇혀
못하는 게 많았다고들 하시지만,
요즘은 마음만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 같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나이가 들어서까지
꼭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서
그때도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역시 건강해야겠지.
(영양제 챙겨 먹어야겠다… 비타민, 오메가3, 밀크씨슬…)
어느덧 시간이 흘러, 축제 마지막 날의 퇴근 시간.
다 함께 일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사진을 한 장 찍어두었다.
축제 현장에서 만나
땀을 흘리며 함께 일했다는 건
일종의 동지애, 혹은 전우애 같은 감정을 만들어준다.
이미 정이 들어버렸지만,
4일 만에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같은 마음이었던 걸까.
우리 멤버들뿐 아니라 몇몇 알바생들도 함께 뒤풀이에 가기로 했다.
우리의 뒤풀이 장소는 의령 읍내에 있는 교촌치킨이었다.
15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의령에는 단체로 머물 만한 곳이 많지 않아 그곳을 선택했다.
우리는 무사히 축제가 끝났다는 안도감과,
4일 동안 함께 일했음에도 서로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는 생각에 빠져
목소리를 높여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탓에 알바생에게 몇 번의 경고를 듣기도 했다…ㅎㅎ
옆 테이블 눈치를 몇 번 본 끝에 모두 2차로 가기로 했지만,
나는 때마침 둘째를 데리러 온 막내의 차가 있어서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의령에서 자면 아무래도 푹 쉬기 어려웠고,
사각사각 하우스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없어
읍내로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동생과 함께 방에 들러 짐을 챙기고 집으로 향했다.
리치리치 페스티벌에서 내가 기획한 부스는 ‘머니플레이’였다.
처음에는 어렵다고 하던 사람들이
게임을 몇 번 해보고 나서는
즐거워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뻤다.
4일간의 축제를 잘 운영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피드백을 주고받고,
굿즈를 고르고 제작하며,
사용설명서를 디자인했던 (그건 내가 담당했다!)
그 모든 과정이 잘 마무리되어서 참 뿌듯했다.
다음에도 이런 일을 또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