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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에서 축제 기획자로 한 달 살기 (17)

17. 언제 한 달이 다 지나갔지?

by 이양고


1. 한달의 끝자락에서 해보는 의령 투어


내일은 의령 한달살이가 끝나는 날.
체크아웃을 위해 짐도 빼야 하고,
다들 뿔뿔이 흩어지는 날이라
느지막이 만나 점심을 함께 먹기로 했다.


오늘의 점심은 종로식당.
저번에도 한 번 와봤던 곳인데,
우리 멤버 중 한 명이 아직 안 와봤다고 해서 다시 종로식당으로 정했다.


종로식당의 메뉴는 곰탕, 국밥, 그리고 수육.
나는 저번에도 국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기에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국밥을 골랐다.




차례대로 소고기국밥, 곰탕, 그리고 밑반찬.

밥 메뉴(국밥과 곰탕)는 밥이 함께 말아져 나오는 ‘토렴’ 방식으로 제공된다.


그래서 국물이 아주 뜨겁지는 않지만,
간이 삼삼해서 자꾸만 숟가락이 가는 맛이다.


곰탕은 기본 간이 되어 있지 않아
입맛에 따라 후추나 소금을 조금 넣어 먹어도 좋지만,
소고기국밥은 별다른 양념 없이도 간이 딱 맞는 편이다.



어디선가 달고 좋은 향이 난다 했더니

의령 읍내 길가에 금목서가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향수의 재료로도 쓰인다는 금목서 향을 계속 맡고 있으니

어떻게 자연에서 이렇게 진하고 고운 향기기 나지? 싶어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향기가 좋아서 찾아본 금목서의 특징!



금목서의 주요 특징

- 생김새: 잎은 긴 타원형 또는 거의 밋밋하며,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뒷면은 측맥이 뚜렷합니다. 나무는 1.8~3m까지 자라며,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거의 없습니다.
- 개화 및 향기: 9~10월에 오렌지색 꽃이 피며, 꽃이 귀한 늦가을에 향기가 만리까지 퍼진다고 하여 '만리향'이라고도 불립니다.
- 생태: 추위에 약해 남부 지역이 적합하며,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심는 것이 좋습니다. 꽃이 피면 5~6개월 후 올리브와 비슷한 열매가 맺히지만, 국내에서 열매는 보기 어렵습니다.
- 용도: 주로 향수, 화장품 등 향기 관련 제품에 활용되며, 정원수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점심을 먹은 우리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수암55'라는 카페.


의령은 쌀빵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아직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해서 다 함께 가서 맛보기로 했다.


카페에 차를 대자, 동네가 떠나가라 짖는 개의 소리가 들렸다.
얼굴을 확인해 보니, 검정색 개 한 마리가 아주 우렁차게 짖고 있었다.




개들이 참 우렁차게 짖네... 생각하며 들어선 카페 초입에서 만난 작은 고양이들.


나는 다른 글에서도 밝혔듯이 길냥이 출신 ‘치즈냥’ 나물이를 키우고 있는데,

그래서 길거리에서 만나는 치즈빛 고양이들에게

마음을 잘 뺏기곤 한다.


아주 작은 치즈냥이라니...

마음 같아선 고대로 납치하고 싶었다.





작은 고양이들에게 마음을 뺏겨

한참을 구경하다가 들어오니 쌀빵과 주문한 쑥라떼가 나와있었다.


쌀빵은 빵과 떡 중간의 느낌으로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이었고

특별한 음료를 마시고 싶어 선택한 쑥라떼는

쑥의 맛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달고 맛있었다.



카페 수암 55에서는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새끼냥이를 키웠던 건 아니고

검정색 어른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던 어느날

세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굴러들어왔다고 한다.


크기로 봤을 때 2-3개월 남짓한 크기.

고등어 무늬 2마리와 치즈냥이 1마리가 있었는데

사람 손을 좋아하진 않지만

크게 벗어나진 않는 채로 근처에 있는 치즈냥이에게

망고가 꾸준히 구애를 펼친 뒤 결국 손길을 허락 받았다.



나도 용기를 내어 고양이들을 살짝 쓰다듬었다.


새끼냥이들은 아직 털이 길지 않아 살짝 뾰족뾰족한 촉감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보는, 먼지털이처럼 작은 새끼냥이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마음으로 한참을 쓰다듬었다.


다행히 새끼냥이들의 건강 상태도 좋아 보였다.
털은 부드럽고, 꼬리도 말려 있지 않으며 길고 매끈하게 쭉 뻗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이제 점점 날이 추워질 텐데,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길.







우리가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의령 곤충 생활 생태관.


다 큰 어른들이 무슨 곤충을 구경하러 가나 싶겠지만

곤충 뿐만 아니라 작은 동물들도 많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구경했다.


여긴 의령이나 자매 도시를 맺은 진주 시민은 입장료가 무료고,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어른 기준 입장료가 4,000원이다.



가장 처음 발견한 건 친칠라.

털이 빼곡하고 멍하게 서있는 게 특징이었다.

손을 넣어서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복슬복슬했는데

손가락을 넣으면 물릴 수도 있다고 적혀있어서 참았다.







다람쥐도 보고,

기지개를 켜는 토끼도 보고.



손을 내밀던 라쿤도 보고

옹기종기하게 모여있던 기니피그도 있고.



곤충 생태관이라고 해서 곤충만 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동물을 구경할 수 있다는 사실!

아무래도 동물들이 많다 보니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는데,

그런 점만 잘 견딘다면 더 오랫동안 있고 싶을 만큼 재밌었다.





그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의령이 ‘부자 1번지’라 불리는 이유 중 하나, 호암 이병철 선생의 생가였다.


호암 이병철은 1910년 의령에서 태어나 훗날 삼성그룹을 세운 사람이다.




그의 생가는 조부가 1800년대 중반에 지은 전통 한옥으로,
넓은 마당과 돌담, 대문채, 사랑채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토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대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왜 이곳이 명당이라 불리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일붕사’였다.

의령에는 여러 번의 화재를 겪은 뒤,
불이 나지 않도록 동굴 안에 사찰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게 바로 이 일붕사였다.

언젠가 동굴 안에 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눈앞에 마주하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신기했다.





일붕사는 의령 봉황산 자락에 자리한 사찰로,
자연 암벽을 그대로 살린 ‘동굴 법당’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제1동굴법당인 대웅전은 약 455㎡, 제2동굴법당 무량수전은 297㎡ 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의 동굴법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 덕분에 일붕사는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사찰로 기록되어 있다.

사찰의 기원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성덕왕 26년, 중국과 인도를 순례하던 스님 ‘혜초’가
이곳의 기암절벽에서 지장보살의 계시를 받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그 이후 이곳에 절이 세워졌다고 한다.





2. 오늘밤이 마지막인 것처럼



잠깐 사무실에 들렀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찾은 곳은 연잎족발이었다.


4일간의 축제를 자축하기 위해 교촌치킨에서 1차 뒤풀이를 했다면,
의령 한 달살기를 마무리하는 마음으로는 연잎족발을 선택했다.





오늘의 1차 멤버는 나, 썸머, 또치,

그리고 망고, 만듀, 의령에서 친해진 국수,

의령에서 두 달째 일하고 있는 타라까지,

이렇게 일곱 명이었다.





연잎과 한약재를 넣어 쪄낸 연잎족발은
야들야들하고 기름진 족발과는 달리,
얇고 쫀득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축제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리며 고생했던 시간,
그리고 한 달 동안 함께 지냈던 아쉬운 마음을 담아
“짠!” 하고 술잔을 기울였다.





우리의 2차는 이름부터 귀여운 술집, ‘찌개랑 술~술~’이었다.


생선구이, 계란말이, 김치찌개까지
엄청나게 많은 안주를 시켜놓고
“짠!” 하며 그동안 일하느라 쌓였던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하지 못할 만큼,
모두가 이야기와 웃음에 푹 빠져 있었다.


이곳은 혼술을 하는 손님이 많은 편이었는데,
우리가 조금 들뜬 탓인지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어르신 한 분이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고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평일 저녁이었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러 온 분들에게
우리가 방해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 후로는 목소리를 조금 낮추고
잔잔히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결국 3차로는 노래방으로 향했다.





이름부터 귀여운 노래방.

동생들이랑 가볍게 노래를 부를 땐 ‘코노’,
모임 시즌이 끝나고 뒤풀이로 갈 땐 ‘준코’ 같은 곳을 주로 갔는데,
‘유흥주점’이라고 적힌 노래방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조명이 살짝 어둡고,
옛 감성이 묻어나는 간판을 보니
왠지 오래전 대학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목소리가 쉴 정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마음껏 노래를 부르고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새벽 2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축제를 마친 뒤엔 하루 종일 누워 있을 정도로
기운이 빠져 있었는데,
놀 때의 체력은 또 다른 문제인 걸까.


그렇게 새벽 두 시까지 놀다니.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청춘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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