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혼잣말 15편

나에게 베푸는 호의는 비싸고 어렵다

by 이양고

타인에게 건네는 위로는 쉽다

저렴하게 사서 아무렇게나 베푼다

괜찮아 조금 쉬어가도 돼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나에게 베푸는 호의는 비싸고 어렵다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동동거리다

아주 잠깐 쉬어가도 패배자라며

호주머니에 있던 칼을 꺼내 난도질 한다


남한테 하는 것만큼만

내게 친절해도 좋을 텐데

남들에게 퍼주느라 호의 섞인 위로는

항상 품절이다


결국 나는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닳고 닳은 낮잠을 꺼내 마신다

유일한 게으름에 만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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