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
그 이름은 크고, 빛났고,
우리 같은 작은 회사와는 어딘가 거리가 멀었다.
그 당시, 국내에서 이 디자인 어워드를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수상은 대기업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가전, 자동차, 그런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가 만드는 필기구, 문구 류 같은 소소한 물건들은
그 무대에 설 자격조차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믿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한다고,
우리가 꿈꾸는 디자인을 실현하려면
외부의 공신력을 얻어야 한다고.
친환경 디자인,
인체공학적인 형태,
생명이 긴 제품,
누구나 쓸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그 모든 것들이 내 욕심이자 팀원들의 간절함 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인정받는 일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결심했다.
우리의 모든 생각과 바람을 담아
‘독일 레드닷’에 보냈다.
몇 달 후,
나는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수상.”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업계 최초였다.
곧바로 퇴사하신 파트장님께 연락했다.
팀장님께도 알렸다.
모두가 기뻐해 주었다.
우리 팀은 회사 안에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우리는 그 순간,
우리의 가치를 인정받는 기쁨에 잠시 들떴다.
그러나 회사는 차가웠다.
포상은 없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인가요?”
마치 작은 성과로 치부하려는 듯한 말들이
사방에서 흘러나왔다.
팀원들은 실망했지만,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
영업팀은 더 이상 제품디자인을 탓하지 않았다.
매출 하락의 책임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사라졌다.
그 수상은 단순히 하나의 상이 아니었다.
우리의 방향을 바꾸는 출발점이 되었고,
회사를 조금씩 움직이게 만드는
조용하지만 깊은 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