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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이지 May 17. 2024

아슬아슬한 결혼생활

돈 그리고 신뢰

남편은 같은 회사에서 만났다.


당시 나는 10년 동안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직장에 입사를 하였고, 남편은 이직을 준비 중이었다.

그렇게 우린 처음 만났다.

남편의  젠틀하고 스마트한 모습에 호감이 가면서 좋은 감정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남편을 통해 여자로서 정말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늘 받았다.

지금도 변함없지만, 정말 한결같은 사람이다.

그런 이유인지, 한 번의 파혼에도 우린 아무렇지 않게 다시 만났고 자연스럽게 결혼준비로 

이어졌다.


헤어져있는 동안 남편은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다.

누구보다도 진취적이었던 그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약 없이는 하루도 살 수가 없었고 

약후유증으로 삶이 엉망진창이었다.

내가 알던 그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 같았다. 눈빛도, 행동도, 모든 게 달라 보였다.


그렇게 꾸역꾸역 결혼준비를 진행했다. 아니, 결혼준비는 결국 나 혼자의 몫이었다.

남편은 아무런 생각도, 의지도 없다. 하고 싶은 것도,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그렇게 우린 준비되지 않은 채 결혼식 한 달 전 살림을 차리게 되었고, 연애 때도 안 다퉜던 

싸움을 매일같이 싸웠다.


퇴근 후  매일같이 집 정리하느라 정신없는 나날들이었다.

그렇게 결혼식 1주일을 남겨둔 어느 날, 남편의 빚소식은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


그때부터였을까? 난 이 사람을 불신(不信)하게 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싸웠다. 매일 이혼하고 싶었다.

지금까지도 많은 일이 일어났다. 효력도 없는 3장의 각서를 받아내고, 눈물의 호소로 

또 용서했다.


남편은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이다. 나의 문제제기에 같이 화를 내었다면 우리 관계는 

이미 끝났을 거다.




얼마 전 법륜스님 즉문즉설 강의를 듣게 되었다.

질문은 “남편이 두 번째 바람을 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애도 있는데 참아야 하나요?” 

였다.

뭐? 두 번째 바람? 애는 5살? 당장 이혼이지, 뭔 소리야? 저것도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법륜스님 차분히 말씀하시길,

”남편이랑 같이 사는데 그 문제 말고 안 맞는 거 있어요?”

“성격이 안 맞아요”

“이혼하면 이 문제들은 없어지는 거예요. 이혼하면 누굴 만나든 무슨 상관인데, 그죠?”

근데 결혼해서 살았을 때의 관계에서 장점들이 더 많이 생각날 수 있어요.

그때 후회한다 말이에요.

말한 거 빼고  큰 문제가 없고, 상대방이 싹싹 빌면  봐주고 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럼 난 우리 관계에서 가장 불편한 게 뭐지? 돈, 그리고 신뢰’

돈은 우리 둘 다 맞벌이로 매달 열심히 벌고 있고, 또 열심히 갚고 있으니깐 시간이 해결해 줄 거고, 

물론 당장 매달 갚아야 하는 금액이 커서 좀 짜증은 나지만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두 번째이다.

깨져버린 신뢰이다. 신뢰란 뜻을 찾아보니 굳게 믿고 의지함을 뜻한다.


남편을 불신한다는 게 참 슬픈 일인데 아직까지도 이 사람을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빼도 법륜스님이 말씀하셨듯 함께 살아감에 있어 장점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예전처럼 남편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런 날을 기대해 본다.


남편은 아직도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있지만, 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꾸준한 병원치료로 약의 용량도 조금은 줄었고, 힘들어하던 운동도 시작했다.

남편을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아프다. 원망스러우면서도 안쓰럽다.


하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남편이라 감사하다.

내가 결혼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나 스스로 홀로서기가 준비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삶에 남편이 함께하게 된 거였고, 그래서 생각보다 맞춰가는 결혼생활이 나쁘지만은 않다.


처음엔 싸움으로 시작된 불신으로 가득 찬 결혼생활이었다.

지금도 내 감정이 조절되지 못할 때는 여전히 언쟁과 싸움을 반복하지만, 지금은 서로에게 바라기보다는 한 곳을 바라보며 서로를 위해 배려하며 살아가는 아슬아슬한 신혼생활 중이다. 

이전 01화 결혼식을 앞둔 1주일, 두 번째 파혼위기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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