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흘러내릴 준비가 된 채로
물기를 머금고 살아가고 있지만
아무래도 마른다는 것은 싫어서
마르고 말라가는 것은
갈라지고 척박해진 채로
부서지고 끝나버릴 것 같아서
슬픔이어도 비를 맞아도
가끔이어도 폭우처럼 쏟아져 내려도
아무래도 물기가 있는 게 나은 것 같아서
나는 물이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사라진다면 물처럼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러다 문득 내가 머금고 있다 흘린 눈물은
호수만큼 되었으려나
어디쯤 흘러가고 있으려나
나는 슬픔으로 가득 차고
한 방울씩 물로 채워지고
나는 슬픔이 되고 슬픔은 물이 되고
물은 내가 되고 나는 다시 슬픔이 되고
어디선가 흐르고 있는 물과 물 사이에는 내가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