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이방인이다.
물속의 고기는 육지를 바라본다.
가까이 있지만 닿을 수 없다.
물살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설 수 없는 존재.
나는 그 고기와 다르지 않다.
올해로 태국에서 살아온 지 10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모든 것이 새로웠다.
낯선 언어, 다른 공기, 새로운 질서.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경계에 서 있다.
길을 걸으면 사람들은 나를 이방인이라 부르고,
익숙한 거리를 지나도 나는 늘 ‘어딘가에서 온 사람’처럼 느껴진다.
겉으로는 스며든 듯 보이지만, 마음속에는 익숙해질 수 없는 무언가가 남아 있다.
그렇다고 고국이 온전히 편하기만 할까?
오랜 세월 떠나 있던 그곳도 이제 낯설다.
마치 물속의 고기가 육지를 바라보듯,
나는 어느 곳에서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살아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것들이 있다.
말끝을 부드럽게 올리고,
한국어와 영어보다 태국어가 먼저 튀어나오며,
손바닥을 맞대어 인사하는 버릇들.
하지만, 여전히 태국인의 눈에 나는 외국인이다.
이 연재는 나의 10년을 돌아보는 기록이자, 지금을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경계에 선 삶, 그 안에서의 고민과 순간들, 그리고 경계를 넘어가려는 마음.
이제, 그 조각들을 하나씩 세상 밖으로 꺼내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