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웃음과 함께 살아있는 사원
왓 프라 쁘랑 쌈 욧을 보고 옆 기찻길을 무심히 걷다가, 낯선 공간에 시선이 멈췄다.
왓 나콘 꼬사.
무너진 벽돌과 쓰러진 기둥 사이, 아이들이 공을 차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오래된 유적 위에 걸터앉아 도시락을 펼쳐놓고 점심을 먹는 모습까지.
처음엔 당혹스러웠다. 외부인의 눈에는 이곳이 귀하게 지켜져야 할 유적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천 년 가까운 시간을 버텨온 흔적이,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아지트로 변해 있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왔다.
그런데 놀라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 찾은 박물관에서 다시 그 사원의 이름을 보게 된 것이다.
전시실에는 그곳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순간, 마음속에 새로운 깨달음이 일었다.
어제 아이들이 뛰놀던 바로 그 사원이, 이렇게 중요한 유적지였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그 깨달음은 처음의 낯섦을 다시 흔들어 놓았다.
박물관의 전시품이 증명하는 무게와, 아이들의 웃음이 덧입히는 가벼움.
그 두 층위가 한자리에 겹쳐 있는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다.
나는 아직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한쪽으로는 소중한 유적이 방치된 것 같아 안타깝고, 또 한쪽으로는 아이들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깃든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다.
그 모순 같은 풍경이야말로, 오래된 도시가 품고 있던 가장 깊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