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이들의 시간 위를 달리는 철로
파 사뎃 역은 지금, 조용하다.
기차가 드물게 오가고, 역 앞엔 그늘 하나 없다.
붉게 물든 절벽 아래, 소박한 플랫폼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하지만 이 길이 처음부터 길이었던 적은 없다.
태국 북부의 험준한 산악 지형을 뚫고 지나며 만들어진 길이다.
절벽을 깎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지난한 과정 속에 수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스며들었다.
이 철로는 그저 바위와 흙을 뚫어낸 결과물이 아니라,
그 험한 땅을 '길'이라 부르게 만든 묵묵한 개척자들의 흔적이다.
그들의 발자취 위에서, 지금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선다.
고요함은 끝이 아니라, 지나온 것들의 무게다.
이 철로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길이고, 그 길 끝에, 누군가의 생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