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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사랑을 담는 또 다른 모양이다

by 강라마

해변에 홀로 앉은 아이.
누구도 시선을 두지 않던 그 자리에, 나는 시선을 오래 머물렀다.

바닷가에서 따개비를 따는 부모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의 작은 발은 모래 위에 조용히 박혀 있었다.
시간이 쌓이고, 파도가 밀려와도 아이는 그 자리에 있었다.
마치 자신이 머물러야 할 자리를 정확히 아는 사람처럼.

사실, 그 풍경 속에서 내 눈은 부모보다 아이에게 먼저 갔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나로서는 더욱 그랬다.
부모의 고단함이 아닌, 그 고단함을 기다리는 존재의 고요한 애씀이 내 안을 때렸다.
언젠가 내 아이도, 혹은 나 자신도
누군가를 그렇게 말없이 기다려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결핍은 그저 나쁜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없기에, 더 분명히 드러나는 감정이 있다.
텅 빈 듯한 순간들이야말로
사랑이 스며들기 위한 가장 적절한 그릇이 되기도 한다.

기다림은 사랑을 담는 또 다른 모양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알지 못했지만
이제야 알게 된 문장이 하나 있다면, 아마 그것일 것이다.

그 아이는 아무 말 없이 부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흐르고 있던 건,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사랑이었다.

페차부리_3-21.JPG <공기> 2025.06-07 | Thailand_Phetchaburi | Copyright © llama.foto(Jeong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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