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힘과 흐름 사이
갇혀 있다는 느낌은, 늘 바깥을 보게 만든다.
그곳이 바다라면 더욱 그렇다.
페차부리의 한 해변. 바닷속에 설치된 조형물이 보였다.
태국 소설 속에서 나온 인물이라 했다.
하지만 그날, 내 눈에 먼저 들어온 건 인물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대나무 틀.
공사를 위한 가림막일 뿐이라고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그것이 '감금'처럼 보였다.
탁 트인 바다에 덩그러니 떠 있는,
그리고 그 중심에서 묵묵히 서 있는 사람 하나.
온 세상이 열려 있는데, 유독 한 사람만이 가로막힌 울타리 안에 있는 모습.
어딘지 모르게 숨이 막혔다.
시간을 달리해 쁘라쭙키리칸의 들판을 찾았다.
염소 체험 목장이었다.
처음엔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전형적인 관광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눈을 뗄 수 없었던 건
그저 풀을 뜯고, 달리고, 느긋하게 걷던 염소들이었다.
이따금 서로의 목덜미를 핥으며
작은 무리를 이루고 천천히 움직이는 그들.
그 안엔 위계도, 명령도 없어 보였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스스로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는 모습.
조형물 속 인물과는 완전히 다른 결이었다.
어쩌면 자유란
모든 것을 가졌다고 느끼는 상태가 아니라
누구의 시선에도 끌려가지 않는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그 순간일지도 모른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나를 둘러싼 울타리가 내 안에서부터 사라지는 것.
그것이 진짜 ‘자유’의 시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