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로 스며드는 오후
강가로 흩어지는 아이들의 오후
자전거의 바퀴가 바닥을 스치며 지나간다.
낡은 운동화 끝에 묻은 흙먼지가 빛 속에 어른거린다.
종소리가 교실 너머로 사라질 즈음, 발걸음들은 강 쪽으로 기울었다.
한 아이가 고개를 들어 잠시 눈길을 준다.
그리고는 금세 흐릿한 움직임 속으로 스며든다.
강을 건너야 닿는 집들.
예전 같으면 조금 더 멀고 느린 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자전거가 거리를 줄였고, 화면 속 시간이 아이들의 손바닥에서 흘러간다.
그럼에도 이 섬의 공기에는 오래된 느림이 남아 있다.
흑백으로 스쳐간 순간, 나는 발을 멈췄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물결처럼 흩어질 때,
무엇이 멀어지고 있는 것일까.
나일까, 아니면 이 섬의 시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