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대가는 꿀맛

오늘은 이탈리아 꼬마 요리사

by YJ Anne

끈질기게 붙어 있는 감기는 아이의 입맛을 서서히 뺏어간다. 나는 이럴 때면 정말 아이디어가 하나도 샘솟지 않는다. 식사 시간은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으면 좋겠는데… 도무지 힘도 나질 않는다.

지난 화요일 1호가 태권도 학원에 간 사이 2호를 하원 시키고 부대끼며 놀고 있었다.

2호와 공룡 놀이를 하며 오늘은 무얼 먹여야 아이가 조금이라도 먹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이때 2호가 좀 전에 영상에서 봤는지 피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피자를? 대답하며 머리를 굴려본다.

반죽을 직접 하면 아이가 재미있게 놀기는 하지만 발효 시간까지 기다려주지 않으니 빵이 맛이 없어서 결국은 그냥 놀이로 만족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식빵에 만들어보면 어떨까? 반죽도 안 해도 되고 아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2호는 먹고 싶은 것이 아니고 놀고 싶은 것이었다. 꼭 반죽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반면 내 체력은 도무지 반죽은 안 된다고 비명을 질렀다. 귀찮은 것이 아니고 그걸 해낼 체력이 안 됐다. 그냥 피자만 만들라고 한다면 당연히 할 수 있지만 아이와 함께하려면 내게는 인내심이 적어도 열 배는 더 필요했다. 그때의 나에게는 안될 일이었다. 했다간 애를 잡거나 나를 잡을 판이었다.

그래서 나도 버텼다. 식빵이 아니면 나도 안 되겠노라고.

2호도 쉽게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리고 2호는 알고 있었다. 엄마가 위험한 것이 아니면 웬만해선 뭐든 다 하게 해준다는 것을…

그런 엄마가 반죽을 못 하겠다고 버티고 있다는 것은 정말 못 해준다는 사실을… 나는 2호에게 타협안을 제시했다.

네모네모 식빵이 싫으면 똥글똥글 햄버거 빵도 있다고.

다행히 2호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우리의 거래는 성사되었고 2호는 피자 만들기 놀이를 얻어냈다.

그저 몇 조각이면 되겠거니 했던 것은 네 조각이 되었고 태권도가 끝나고 복귀한 1호가 합류해 2개가 더 늘었다.

조각이 점점 많아지자 남편은 분명 남을 테니 자기가 남은 피자를 저녁으로 먹겠다고 내게 말했다.

휴… 남길 음식이 걱정이 덜었다.

요리가 끝나고 드디어 오븐에 넣었다~ 아이는 오븐 앞에서 오매불망 기다린다.

자기 것은 꼭 자기가 먹겠다며~

땡~ 하는 오븐 완료 소리가 나고 적당히 식힌 후에 맛본 아이는~

햄버거 빵을 2개나 먹어 치웠다. 1호도 너무 맛있었는지 자기 것을 다 먹고 2호가 더 만들어둔 2개(애들이 안 먹으면 아빠가 먹으려 했던) 마저 홀랑 다 먹었다.

남편은 2호가 남겨준 딱 한 입 정도만 얻어먹었다.

아이들이 남기면 주려고 우리 저녁 준비는 하지 않았는데..... 아뿔싸.

안 남겨주면 어떠하리 잘 먹어주면 좋은 걸 어떠하리.

우리는 그냥 가볍게 먹으면 그만인 것을~

09.09.2025 Tue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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