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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기도설 May 17. 2024

오징어보쌈

대학로 학전 소극장 앞.

'김광석 콘서트' 배너가 세워져 있다.

학전을 등에 지고 오른쪽으로 150미터 맞은편 건물 1층 '오징어보쌈'

낮은 층고로 인해 가게 안이 잘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콘서트장에 미리 온 연인이 저녁 식사를 하러 온 식당 안.


콘서트 시작 1시간 전.


지혜는 의자를 당겨 앉으며
"김광석이 노래를 잘 부르기는 하는데, 맨 앞에 앉으면 좀 기분이 이상해. 눈도 웃고, 입도 웃으니 두근거리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대단한 착각이겠지만, 세 번째쯤 왔을 때인가 그냥 나만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이는 오징어 한 국자를 떠서 지혜 앞에 놓인 그릇에 떠준다.
"연애하는 기분이 든 건 아니고?"
그이의 눈주름은 지혜를 놀리듯 물결이 일렁인다. 지혜의 눈을 쳐다보면서 기분이 좋은 듯, 여유로운 웃음소리를 낸다.


"앞에 앉혀두고 너무 한다. 다른 남자 이야기하고."

"연예인은 다른 세상 사람인데, 그런 기분이 들까요?"

오징어와 콩나물을 깻잎에 싸서 그이에게 건넨다. 지혜도 입꼬리와 눈이 같이 웃고 있다.


"정말 수술 할 거야! 안 해도 이쁜데, 해야 하는 거야"

그이는 오징어볶음을 한 국자 더 떠서 지혜의 앞 접시에 놓아준다.


"부원장님이 우선 접이식으로 해보래요. 쌍꺼풀 수술을 하면 남편이 바뀐다나, 그런 미신을 왜 믿냐고 점심때 그랬었죠. 절개수술보다는 부담이 덜하다고 접이식으로 하라고 하더라고요. 하지 마요?"


"해보고 싶은 건 해야지. 그런데 지금 쌍꺼풀 없어도 이쁜데 굳이 해야 하나 해서 물어보는 거지."

그이는 지혜를 보지 않고, 밥그릇과 오징어보쌈을 묵묵히 보고 있다.


"오빠! 오빠가 싫으면 하지 말까?"
지혜는 그이의 얼굴을 살피지만, 눈은 그대로 웃고 있다.

"지금 나한테 처음으로 오빠라고 했다."
"정말 쌍꺼풀 하고 싶은가보네. 절대 말 안할 것 같더니."

 그이는 매우 크게 소리내어 웃는다.

지혜는 오징어볶음을 한입 크기로 만들어 그이에게 또 건네주려고 손을 든다.

"놀리지 말고, 어서 드셔요. 근데 정말 하지 마요? 해도 돼요?"


"내가 하지 말라고 안할 것 같지 않은데, 지혜는 지혜가 하고 싶은 거 꼭 하는 사람이잖아."


"수술해도 붓기 있다고 며칠 안만나고 그럼 안된다. 나는 얼굴 보러 갈거니까."

"부기 빼려면 음식 조심하고, 매운 것 먹지 말고."


그이는 지혜가 입에 넣어준 오징어 한 보쌈을 꼭꼭 씹는다.  


수술 먹은 매운 음식.

오징어보쌈!




* 위 사진: 2024년 5월16일 요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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