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서 여자 혼자 히치하이킹

아르헨티나, 칠레

by 너나나나

남미에서 여자 혼자 히치하이킹

아르헨티나, 칠레


*본 내용에 앞서 남미 여행, 여자 혼자 여행, 히치하이킹

이 세 키워드 모두 절대 안전하지만은 않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은 다수의 경험이 바탕이 된 상태였으며, 보다 안전하게 하는 방법으로 히치하이킹을 했습니다. 경험이 없으신 분이나 위험하다고 알려진 지역에서 제가 한 것을 그대로 따라 하시면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동 경로 : 아르헨티나 네우켄 - 바릴로체 - 산마르틴 - 칠레 푸콘 - 테무코 (총 1,025km)

*소요 시간 : 8일 (네우켄 1박, 바릴로체 2박, 산마르틴 1박, 푸콘 4박)

세계여행 14개월째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집을 떠난 지 어느새 1년이 넘었고, 이젠 혼자 여행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하다. 볼리비아를 떠나 이구아수 폭포와 브라질 카니발 축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거쳐 네우켄이라는 지역에 도착했다. 작년 여름,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에서 출발하여 일주일간 했던 내 인생 첫 히치하이킹 이후로 아이슬란드, 미국, 아르헨티나에서도 히치하이킹을 해왔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남미 중남부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냥 지나칠리 없는 나는 또다시 히치하이킹에 도전했다.

히치하이킹과 카우치 서핑으로 여행을 하는 이유는 무작정 돈을 아끼려는 의도만 가진 게 아니다. 버스를 타고 2~3일이면 갈 거리를 오히려 히치하이킹을 하면 며칠이 소요될지 알 수 없고 번화가나 도심이 아닌 곳에 떨어지면 주변에 숙소가 없어 비싼 호텔에서 묵어야 할 수도 있다.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일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돈을 아끼려고 히치하이킹을 한다는 것은 큰 착각이다.


<히치하이킹하는 방법>

1. 차량이 정차할 수 있는 곳에서 시도하기

2. 목적지가 적힌 쓴 팻말 제작하기

3. 약간의 미소 장착하기

4. 배낭 가방을 멘 상태로 시도하기

배낭 가방이 다소 무겁긴 하지만 멘 상태로 시도해야 멀리서도 이 사람이 배낭여행객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자동차의 속도가 워낙 빠르므로 멀리서부터 나를 알릴 필요가 있다. 가방이 무겁다고 내려놓은 채 서 있으면 내가 운전자라도 저 사람이 여행객인지 사기꾼인지 거지인지 미친 사람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정차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을 것이다.

5. 혼자 시도하기

성공 확률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

여럿이 함께 있더라도 다 떨어져서 시도하기는 것이 성공 비법 중 하나이다. 2시간 동안 차가 서지 않아서 고전을 겪고 있을 때 프랑스 커플이 다가왔다. 그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부터 네우껜 이라는 도시까지 하치하이킹하며 왔다고 했다. 우리 셋은 가는 목적지가 모두 같았지만, 프랑스 커플이 나보다 앞쪽으로 이동해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기로 했다. 차량 좌석이 부족할 수도 있고 운전자가 생각했을 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더라도 두세 명을 상대하는 것과 한 명을 상대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럿이 모여있으면 실패 확률이 커진다. 이 말인즉슨 혼자 서 있을 때 성공 확률이 가장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아량을 가장 베풀지 않는 타입은 바로 '아이를 태운 차량'의 엄마 운전자일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만약 당신이 운전 중이고 어린 자식까지 있는데 뭘 믿고 낯선 사람을 차에 태우겠냐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자 운전자뿐 아니라 아기가 탄 차량을 탑승하며 비교적 수월하게 히치하이킹을 할 수 있었다. 여자 혼자 하면 무섭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안전할 수가 있다. 여자 혼자라는 타이틀은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아지는 동시에 보다 많은 선한 이들의 보살핌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모든 일은 정말 동전의 양면과 같다.

6. 히치하이킹에 성공했다면 운전자와 대화하기

낯선 이인 당신을 태워준 운전자는 당신의 택시 기사가 아니다. 차량에 탑승했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대화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동 중 잠을 자거나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성의 없는 행동은 금물.

<히치하이킹 장점>

1. 멋진 풍경을 감상할 기회

히치하이킹의 가장 큰 장점은 중간에 멋진 풍경을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외버스 안에서 순식간에 지나가는 풍경을 창문 너머로 보거나, 잠이라도 들었다면 전혀 볼 수 없는 그런 멋진 풍경들 말이다. 특히 내가 갔던 길은 안데스 산맥으로 이어진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국경 주변 도시들이었기 때문에 정말 멋진 풍경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한 번은 바릴로체로 가는 길 중간에 엄청난 규모의 호수가 나타났다. 이건 눈으로 담기에도 너무 크고 광활해서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잠시 차에서 내려 풍경을 감상했는데 정말 보지 않고, 그 바람을 느껴보지 않고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버스를 탔다면 절대 멈추지 않았을 곳에서 믿을 수 없는 멋진 풍경을 보고 태양 아래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2.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보면 또 다른 히치하이커를 만나기도 하고 운전자와 친구가 되기도 한다. 현지 언어, 문화, 음식 등 그들의 생활양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수십억의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나라, 다른 언어,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간다. 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정말 큰 자산이다.

칠레 푸콘으로 향해 국경을 넘던 중, 현지 아르헨티나 가족이 나를 태워준 적이 있다. 아르헨티나 전매특허 마테차를 그들 고유의 찻잔에 따라 마시곤 했는데 호스텔 앞에서 내가 제대로 호스텔을 찾아온 건지 확인까지 끝난 후에야 길을 다시 떠나던 그들이었다. 그때 그들과 SNS 계정을 공유했는데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종종 연락하면서 지낸다.

3. 현지 언어를 배울 기회

사회, 경제, 정치 등, 심오한 주제에 대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는 일, 어디가 좋다 뭐가 좋았다 등의 간단한 말은 스페인어로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차 안에서 현지인들과 스페인어를 말할 기회가 더욱 많이 생겼고 운전자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를 때에는 물어가면서 이해했다. 이건 마치 1 대 1 스페인어 과외 같은 느낌이다. 참고로 히치하이킹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언어, 혹은 최소한 영어는 할 줄 알아야 가능하다. 유창할 필요까진 없지만 내가 어디로 가고 싶다 정도는 말을 해고 그 사람이 어디로 가는 중이었는지 정도는 알아들어야 한다.

4. 현지 음식을 맛볼 기회

사실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은 어릴 적부터 들어왔을 것이다. 그리고 혼자 차량에 탑승했다면 더더욱 먹는 것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나처럼 히치하이킹을 하던 프랑스 부부와 함께 같은 차를 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운전자가 칠레 현지 할머니 할아버지였다. 나 혼자가 아니었거니와 운전자가 노부부라 비교적 안심을 하고 탑승했는데 인심 좋은 노부부는 우리에게 이것저것 본인들이 싸 오신 음식을 나눠주셨다.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점심시간이 지났는데 배고프지 않냐며 음식을 나누어주셨다. 남미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음식 중 하나인 '엠파나다'였다. 프랑스 부부가 옆에서 이미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제야 나도 한입 베어 물었다. 그때 그 차 안에서 먹었던 엠파나다의 맛은 정말 맛있었다. 우리나라 군만두 같은 느낌의 엠파나다는 치킨, 돼지, 소, 채소 등 속에 들어가는 재료가 다양한데 만두보다 피가 훨씬 두껍고 간식보다는 좀 더 제대로 된 음식에 가깝다. 실제로 배가 고픈 상태였거니와 노부부의 인심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던 엠파나다였다.

5. 보석 같은 정보를 얻을 기회

보통 우리는 여행할 때 그 지역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먼저 찾기 마련이다. '칠레 가 볼 만한 곳' '아르헨티나 반드시 가야 하는 곳' '푸콘 가는 법' '바릴로체 맛집'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서 찾아가는 여행도 좋지만 여행 중 만난 사람이 알려주는 진짜배기 정보들을 찾아가는 여행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나는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인터넷에 나오지 않는 숨은 보석들을 많이 발굴할 수 있었다. 운전자가 알려주는 보석 같은 정보들은 일반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정말 아름다운 곳들이 많다.

솔직히 아르헨티나 중서부 지역에는 바릴로체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현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니 현지인들은 바릴로체보다는 산마르틴, 후닌 등의 작은 도시를 더욱 선호하고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로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도시는 산마르틴과 후닌이었다. 정말 심장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다. 도시 규모는 바릴로체보다 작지만 보고 있으면 이게 실제 풍경인지 아니면 유명화가가 그림 작품인지 구분이 되질 않는다. 그 외에도 국경에 가까워지면서 믿을 수 없이 멋진 폭포들, 관광객은 잘 모르는 신비로운 국립공원 등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주의사항>

1: 처음 시도할 때에는 히치하이킹 경험이 있는 사람과 함께 한다.

2: 영어 및 현지 언어가 조금이라도 가능해야 한다.

3. 현지 유심 카드가 있어야 예상치 못한 곳에 내렸을 때 인터넷이나 전화를 사용하여 숙소를 잡을 수 있다.

4. 정차하는 모든 차에 탑승해선 안 된다.

이는 경험이 있는 사람과 함께 히치하이킹하면서 감으로 익혀야 하는 부분이지만 간략히 설명하자면, 차에 탑승하기 전, 목적지를 묻는 과정에서 차 내부를 살피고, 운전자의 상태 (운전 중 술을 마시고 있는지 등의 여부)를 오감을 활용해서 파악해야 한다.

5. 위험한 지역이라고 알려진 곳은 피하며 해가 저물고 난 이후에는 하지 말 것.

세상에 100% 안전한 곳은 없으며 어딜 가든 미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만일에 상황을 대비한 안전 대비책을 항상 세워놓아야 한다. 호신을 위한 용품이나 도구를 소지하고 다니거나 갑작스럽게 외딴곳에 떨어졌을 경우 사람들과 연락할 방법을 미리 만들어놓아야 한다. 나는 다음에 여행에서도 안전수칙을 잘 지키면서 히치하이킹에 또다시 도전할 것이다.


도전에는 언제나 위험이 잇따르지만, 이 또한 노력한다면 꽤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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