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리투리스모, 농가에서의 하룻밤

by 뮌헨 가얏고
스치듯 묵고 간 아레초

호텔은 아레초의 도심에서 벗어난 근교 시골에 있었다. 허허벌판에 있는 호텔은 내비게이션조차 길 안내를 제대로 못 해서 헤매다가 겨우 찾았다. 지금은 호텔로 바뀐 상태지만 예전엔 어느 농장주의 저택이었으리라 추측해 본다.


2016년 봄, 끼안티(Chianti)의 산꼭대기에 있는 농가(farm house)에서 며칠 머문 적이 있다. 오래된 집이었지만 넓고 깔끔했고, 주인아주머니의 센스가 곳곳에 엿보이는 곳이었다. 이탈리아 전통가옥에서 묵은 것만으로도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고, 마치 외가댁에서 머문 기분이었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우릴 직접 챙겨주셨고 아침식사도 직접 차려주셨다. 식사는 주인집 본채의 식탁에서 했었는데 특급호텔 못지않은 아침밥상이라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번 숙소는 그와는 또 다른 경험으로, 리조트에 온 기분이었다. 뻥 뚫린 넓은 대지에 제대로 된 레스토랑도 갖추고 있고 넓은 수영장에 휴식공간도 있었다. 요즘은 이렇게 더욱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2016년 끼안티에서 머무른 곳. 집안 곳곳에 주인 아주머니의 센스가 돋보였던 곳이었다. 맛난 아침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토스카나는 농촌 관광으로도 유명하다,

Agritourismo(Agrotourism, 아그로 관광, 농촌 관광, 농업 관광, 농가 민박)

아그로 관광(농촌관광)은 농가에서 농촌체험과 레저활동을 하며 휴가 보내는 것을 뜻한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이런 휴가 방식이 있었기에, 시골 농가에는 손님을 위한 별채가 있는 집들이 있다. 부수입을 올리기 위해 그곳을 활용하여 시작한 관광산업이 아그리투스리모이다. 농장주의 큰 집에는 초청을 받은 손님들이 휴가를 보내러 종종 찾아왔었다. 별채에 머무는 손님들이 농장주나 그 집 하인들의 안내를 받으며 함께 산행도 하고 간단한 골프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겼다. 아이들에겐 그 농가에서 키우는 동물(가축)을 만져보거나 함께 보살필 기회도 주어졌었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겐 아주 뜻깊은 체험이었을 거다.


이러한 휴가 방식이 농가의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관광산업으로 발전한 것이다. 여전히 유럽에선 농업 관광이 성행하고 있지만 지금은 농가뿐 아니라 보다 전문적인 호텔 사업으로 발전되었다.


어렸을 때 읽은 책, '오성과 한음'에서도 한음의 외가댁으로 오성이 같이 놀러 가서 여름을 보낸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의 사랑채도 이런 휴가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었지 않았을까?


우리가 묵은 곳은 독립된 공간으로 방 2개에 공용 욕실이 하나 있어서 가족 단위로 묵기에 좋은 곳이었다. 에어컨과 온수도 잘 나오고 깔끔했다. 창밖으로는 별들이 보이며, 내 집 같은 편안함과 외가댁에 온 것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어렸을 때 방학이면 우리 삼 남매는 시골에 계신 외가댁에서 방학을 보냈다. 그때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의 일상생활에 함께 끼어들기도 했었다. 수박 서리나 참외 서리 같은 걸 하진 않았지만, 냇가에서 같이 물고기도 잡고 여름철엔 소몰이 할 때 따라가기도 했다. 소의 습성도 배우고 소를 모는 방법도 배우는 등 농촌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방학 후 학교에서 방학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발표를 했을 때, 선생님께서 나의 독특한 경험담을 칭찬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전날 묶은 베니스의 화려한 호텔과 달리 이곳은 또 이곳만의 시골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이곳 역시 뷔페 대신에 음식을 주문했다. 직접 구운 빵과 과일을 통째로 바구니에 담아 주는 후한 인심에 감동하였고, 음식은 하나같이 다 맛있었다.

식당 뒤에는 넓은 수영장이 있었고, 그 근처에는 야외 라운지처럼 넓은 휴식공간도 있었다. 마치 리조트에 온 기분이었다. 이런 곳에서 하루만 묵고 간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다음엔 이런 곳에서 한 달간 머물면서 악기 연습도 하고 글도 쓰고 싶다. 낮엔 근처 마을을 구경하고, 현지에서 만든 와인도 맛보면서 휴가를 보낸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꼭 사랑방 음악회를 열어서 근처 주민들을 초대하여 나의 가야금 연주도 들려주고 싶다.


하룻밤을 머물렀지만 제대로 힐링할 수 있었던 곳이었다. 내가 도시녀가 아님을 다시 한번 더 실감하게 했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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