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시국

by 뮌헨 가얏고
인파에 떠밀려 다녔던 곳이
여유로워졌다.

인파에 치여 옴짝달싹도 못한 채, 앞사람 뒤통수만 보며 떠밀려 다니느라, 제대로 볼 수도 없었던 첫 로마 여행. 그 아쉬움을 달래려고 다시 오게 된 로마. 이번 관광지는 그동안 사람들이 너무 붐벼서 포기했던 곳이나, 가봤더라도 제대로 구경 못한 곳을 위주로 선택했다.


유명한 곳들은 모두 인터넷 예약만 가능했었다. 코로나로 인해 입장시간도 정해져 있었고, 단체 관광은 허용되지 않았으며, 한 번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도 제한했었다. 이 점이 안심되기도 했지만, 정말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예전엔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문 열기 전부터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도 약간의 수수료를 내면 온라인 매표도 가능했지만, 현장에서 표를 사는 사람도 많았다. 구매 후 입장할 때도 시간이 꽤 걸렸었다.

바티칸 미술관 입구. 우리 순서를 호명하길 기다리는 중. 예년 같았으면, 이곳은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시국(Vatican City State)


로마 시내에 있는 도시국가로 바티칸 언덕과 그 앞으로 바티칸 성당 (St.Peter’s Basilica, 성 베드로 대성전) , 사도 궁전(Apostolic Palace, 바티칸 궁전), 시스티나 성당(Sistine Chapel), 바티칸 미술관 등 평원에 세워진 건물까지가 바티칸 시국에 포함된다. 바티칸이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바티칸 언덕을 뜻하는 ‘Mons Vaticans’에서 유래되었고 인구 900 명의 교황이 국가 원수이다.


바티칸 미술관(Vatician Museums)

대영박물관,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에 속하며 바티칸시에 있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작품들이 전시돤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 해 방문객만 600만 명인 이곳이 코로나로 방문객 수가 제한이 되면서 한산해진 거다.


사도 궁전(Apostolic Palace, 바티칸 궁전)

교황 궁전, 바티칸 궁전으로 알려진 이곳은 교황이 실제로 거주하는 곳이다.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걸어서 40분 소요라 해서 운동 삼아 걷기로 했다. 여행 중에는 평소보다 많이 먹지만, 운동은 못 하니 기회가 될 때마다 많이 걸으려고 한다. 이번엔 특히 코로나 때문에 호텔 내의 운동시설은 모두 폐쇄되어있어서 운동이 더 필요했다. 여행 중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기엔 걷기만큼 좋은 운동도 없다. 그래야 맛난 음식도 더 먹을 수가 있으니, 난 더 많이 먹기 위해 운동한다


이 지도 어플이 우리를 또 이상한 곳으로 안내를 한 건가? 유럽에선 지도 어플을 100% 믿을 수가 없다. 가다 보니 길이 없어졌다. 차도는 있는데 인도가 없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 맞아? 호텔 컨시어지(concerge)에도 확인받았건만, 인도가 사라졌다. 이런 황당한 경우가!!!

결국 걷기를 포기하고 우버택시를 불렀다. 봉고처럼 큰 우버택시가 왔다. 마스크 착용은 필수였다.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바티칸 박물과의 입구와 출구가 바뀌었다. 사람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안내 표시에 따라 일방통행을 해야 했다. 이제 어디서건 마스크 착용 및 열 체크와 거리두기는 기본 수칙이었다.


"첫 여행 때 인파에 치여 정신없이 걷느라 기억을 못 하는 건가? "
"엉뚱한 문으로 들어와서 제대로 못 봤나 봐"
"어떻게 이렇게 기억이 안 날 수가 있지?"
"그러게. 다시 오길 잘했네"


입 · 출구가 바뀐 건 줄 모르고 들어가면서 우리끼리 연방 속삭였다. 그런데 꼭 입 · 출구가 바뀐 이유만은 아녔다. 마치 처음 온 것처럼 기억도 안 났다. 로 스칼로네 누오보(Lo Scalone Nuovo, 나선형 다리)도 낯설었고 모든 게 다 낯설게만 느껴졌다.


첫 여행 때의 기억이라곤 '아담의 창조'를 보기 위해 시스티나 성당으로 이동할 때와 '피에타'가 보관되어있는 성 베드로 성당에서 관람객의 장벽을 뚫지 못해 점점 밀려났던 기억만이 선명하다. 그때는 미켈란젤로의 작품 2개를 보는 게 최종 목표였다.


이번 글을 쓰기 위해 첫 여행 때의 사진첩을 다시 들춰보다가 같은 장소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 여길 봤던가? ' 어쩜 이리도 기억에 없는 건지, 무안할 정도다.


'그때가 부활절 즈음이었으니 관광객도 엄청 많았었지'

'어린아이들 챙기느라 내가 정신이 없어서 그랬을 거야' 라며 내심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론 그동안 무심하게 건성으로 둘러보며 다녔던 게 좀 찔리기도 했다. 하루 만에 이 넓은 곳에 빼곡히 전시되어 있는 예술 작품을 모두 보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다 기억할 수 있을까마는 이 정도로 낯설게 느껴진다는 건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하긴 했다.

2013년도, 솔방울 정원의 유명한 조형물. 여기를 본 기억이 없다.


첫 여행은 2013년 봄이었다. 7살 딸아이가 학교에서 르네상스의 3대 거장에 대해 배우는데, 본인은 미켈란젤로를 선택했다고 했다. 나름 살아있는 교육을 시키고고 싶어서 이탈리아로 가자고 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로마와 피렌체에서 미켈란젤로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했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 싱가포르에서 먼 로마까지 오려고 했던 건 아녔지만, 원님 덕에 나발 분다고 오고 싶었던 이탈리아를 선택하게끔 딸이 동기를 부여해 준 거다. 이왕이면 보람된 여행을 하기 위함이라는 좋은 구실로 무엇보다 멋진 엄마,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제일 컸었다.


그 신비롭던 분위기는 다 어디에?


시스티나 성당에 관한 기억은 신비롭고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한 깜깜한 방이었다. 5분 정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갇혀있었다. 시간이 되어 출구를 열기 전까진 나가지도 못했다. 그 방을 들어가기 위해서도 입구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던 걸로 기억한다. 방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어두운 방에서 천정과 벽화에 그려진 명작들을 비추는 조명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긴 했었다.


드디어 발견한 '아담의 창조'를 보며, 그림에 대한 감탄보다는 숨은 그림을 찾듯 드디어 찾았다는 기쁨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천정 전체에 크게 그려져 있을 줄 알았는데, 한쪽 귀퉁이에 있어서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 아래에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어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던 거 같다. 그렇게 5분 정도의 감금(?) 후, 퇴장당했는데, 엄격한 경비원들이 있어서 더 머물 수도 없었다. 이게 나의 첫 기억이다.

첫 여행 시 피에타는 사람의 장벽을 뚫지 못해 멀리서 사진만 찍은 상태. 키 작은 아이들은 보지도 못했고 결국 아쉬움에 딸이 울음을 터트렸었다.


그런 신비로운 분위기의 깜깜했던 방이 이번엔 환하고 텅 비어있어서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통풍하느라 창문을 모두 열어뒀고 조명도 없다. 환하니까 지난번 같은 그런 신비하고 장엄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없다. 조명도 없으니 천정의 수많은 그림 속에서 '아담의 창조'를 찾기는 더 어려웠다. 시간제한도 없어서 오래 머물러 있을 수는 있었지만, 잠깐 있다가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사람의 심리란 게 맘껏 볼 수 있으니 더 봐야 한다는 욕심도 사라지는 거 같다. 뭐든 아쉬워야 귀한 줄 아나 보다.

사진 찍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던 2013년과 그에 비해 텅 빈 20202년.


지난번(2013년)엔 그 두 작품을 보기 위해 대기하고 인파를 뚫고 다니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면, 이번(2020년)엔 제법 이곳저곳을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중간에 밖으로 나가서 정원에서 휴식도 취했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카페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카페는 있었지만, 실내용 좌석밖에 없었다. 심한 갈증과 뜨거운 햇살 때문에 에어컨이 작동되는 실내는 엄청나게 유혹적인 곳이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 있는 건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그래서 카페에 들어가는 건 포기했다.


갈증도 나고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니 건성으로 보게 된다. 여기 전시된 수많은 작품과 장소들을 다 둘러보는 것도 힘든데, 일일이 작품을 감상하며 본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이다. '아테네 학당'등 라페엘로의 작품들이 가득한 '서명의 방(라파엘로의 방)'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고 나온 건 지금 많이 후회된다.


웅장하고 아름다웠던 성 베드로 대성당을 가기 전에 어쩌다가 출구로 나와버려서 다시 돌아서 들어가느라 더 지쳐있었다. 기념으로 바티칸 시국의 모습이 담긴 우표와 엽서를 사서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께 부쳤다.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에는 사람 한 명없이 뜨거운 햇살과 적막감만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자동 타이머를 설치하고 가족사진을 맘껏 찍을 수 있는 행운을 잡긴 했다. 코로나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곳곳에는 군인들이 깔려있었고 바리케이드가 넓게 처져 있어서 택시 잡는데 꽤 멀리 걸어 나가야 했다.


아~~~ 덥고 배고파, 이제 어디든 가서 뭐 좀 먹고 쉬자!


2013년 성 베드로 광장엔 들어갈 수도 없었고 큰 차량과 사람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어서 근처에선 사진을 찍을 수도 없었다
2020년 코로나로 관광객도 없지만 미사를 볼 수도 없어서 광장이 텅 비어서 우리의 독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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