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를 비추는 아름다운 보름달

포로 로마노(Foro Romano)

by 뮌헨 가얏고


포룸(Forum)으로 더 많이 알려진 포로 로마노(Foro Romano) 콜로세움의 건너편에 있는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지이다. 직사각형의 광장을 중심으로 신전이나 공공 건축물이 둘러싸고 있는,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광장에서는 선거나 공공 연설 등 국가의 중대한 행사가 이뤄졌었고, 사원과 신전도 최초로 이곳에 세워졌으며, 원로원 회의와 재판을 열었던 바실리카도 이곳에 세워졌었다. 개선문을 통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장군의 개선식도 이곳에서 벌어졌다. 포룸에서는 매일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고, 연설도 했고 집회도 열었던, 시민을 위한 광장이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포럼이란 말은 라틴어 포룸의 영어식 발음으로 여기에 그 어원이 있다.


각종 축제와 행사가 열리고 시장도 들어섰던 곳이었지만, 초기에 이곳은 6개의 언덕으로 둘러싸인 습지대였고 주변은 공동묘지였었다.


로마를 세운 로물루스 왕의 간척사업에 의해 습지였던 이곳이 인기 있는 공공장소로 탈바꿈된 것이다. 포로 로마노도 '로마의 외곽지대'를 의미한다. 대대적인 간척사업 이후, 점차 주요 정부기관이 모여들었고, 신전, 동상, 사원 등 중요한 건물들이 여기에 빼곡히 들어서게 되면서 광장의 크기도 많이 줄어들었다.


고대 로마 시대엔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곳이 홍수와 약탈로 인해 지금은 그 뼈대만 남아있다.

사투르노 신전((Tempuo di Saturno)

모든 중심지였던 포룸은 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 테베레강이 범람하면서 흙 속에 파묻혔고, 대지진으로 붕괴된 이후에는 사람들의 약탈로 파괴되었다. 지금까지도 이곳에선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로마를 건국한 초대 왕, 로물루스(Romulus)의 무덤과 신전도 이곳에서 발굴하면서, 신화 속 인물이라 여겼던 로물루스 왕이 실존 인물이었단 사실도 밝혀냈다.


입구 찾다 지쳐버린 포룸

콜로세움 건너편에 있는 포룸의 입구를 찾는 데 한참 걸렸다. 콜로세움에서 나오면 보이는 안내 표지판을 따라갔더니, 그곳은 출구(콜로세움 쪽)라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과의 접촉을 꺼려서 그런 건지, 아니면 우리처럼 표지판만 보고 따라왔던 수많은 관광객이 계속 물어보니 귀찮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직원이 몇 미터 떨어진 초소 안에 앉아서 돌아가라고 말했다. 손가락으로 표시하는 모양새를 보고 돌아가란 뜻으로 짐작했을 뿐이다.


그 돌아가라는 곳이 어딘지 몰라 수많은 사람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헛걸음을 하고 있었다. 온라인 사전 예약만 가능하니 눈앞에 보이는 매표소는 문이 닫혀서 물어볼 데도 없었다. 길이라도 평지였으면 덜 힘들었을 텐데, 오르막인 데다가, 고대 로마시대에 만들었을 듯한 울퉁불퉁한 돌바닥이라 더 피곤했다.

세베루스 개선문(Arco di Settimio Severo) 보통은 여기 아래에서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빈다는데, 아무도 없다.


입구를 찾을 수 없어 중간에 포기할까도 생각했었지만, 결국 우리에게 우산을 판 방글라데시 행상인의 도움으로 겨우 정문을 찾을 수 있었다. 콜로세움과 가까운 입구를 뒤로 하고 포룸 전체를 돌아가서야 겨우 발견한 입구(베네치아 광장 쪽), 온 동네를 한 바퀴 돌아온 느낌이다. 도대체 여기를 어떻게 찾으라고 새로운 안내 팻말 하나를 안 만들어 뒀을까?!!




바티칸 미술관처럼 이곳도 일방통행으로 바꾸면서 기존의 입구와 출구가 뒤바뀌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입구로 사용했던 쪽에는 열 체크와 소지품 검사를 위한 X-Ray 검열대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해서 이렇게 한 건가? 안내 표시를 제대로 붙여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아마 코로나 초기이다 보니 아직 준비를 못해서 그러려니 하며 이해하기로 했다.

다니다 보니 소나기는 보슬비로 바뀌어서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맑은 날이었다면 사막지대를 걷는 것만큼이나 덥고 갈증이 나서 힘들었을 거 같은데, 비가 와준 게 천만다행이었다. 이곳에 올 땐 햇볕을 차단할 수 있는 양산이나 모자와 물을 꼭 가지고 와야 할 거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

오디오 가이드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둘러봤다. 오디오 가이드가 있었더라면 더 흥미로울 수도 있었겠지만, 코로나 때문에 없었던 거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물건을 공유한다는 게 꺼림칙하여 우리도 아예 찾아볼 생각을 안 했다. 코로나 이전에 이곳은 돈을 벌기 위해 로마 병사의 복장한 모델들과 멋진 장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볐을 거다.


그 당시엔 사진을 충분히 찍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글을 쓰면서 사진을 찾아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온전히 내 세상 같은 이런 기회는 언제 또 온다고, 여유롭게 사진을 많이 찍었더라면 좋았을 걸!


폐허가 되어 뼈대만 남아 있는 포룸은 넓었지만 다 비슷비슷해 보였다.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좀 더 많은 부분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구경을 마치고 차로 돌아가는 길이다. 사진에서 보이듯 포룸은 지대가 낮은 곳이다.


사람이 없어서 거리 두기는 확실했지만 오전에 콜로세움과 포룸을 동시에 본다는 건 아주 피곤했다.


콜로세움에서부터 단 한 번도 못 앉았다. 벤치도 없었지만, 비 온 뒤라 앉을 수 있는 곳도 죄다 젖어 있었다. 콜로세움에서는 관람 후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한참을 서 있었던 데다가 포룸 입구를 찾느라 헤매고 다녀서 이미 지쳐있었다. 유럽의 길은 오래된 돌길이 많아서 피로도가 훨씬 더 높다. 평소에 편하게 신는 신발이라 해도 이곳 거리를 걷다 보면 금방 아파져 로마에선 계속 편한 운동화만 신고 다녔다.


매번 여행할 때는 출석부에 도장을 찍듯 이미 둘러봤으니 안 와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둘러보고 나면 아쉬움이 더 커지는 거 같다.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좀 더 여유롭게 찬찬히 다시 살펴보고 싶다.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 어디 떴나?
로마 위에 떴지!


저녁으로 포장해 온 음식을 호텔 발코니에 펼쳐 놓고 와인 한 잔과 즐기고 있는데, 보름달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떴다. 이 멋진 풍경이 피로도 싹 날려줬던 잊지 못할 보름달 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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