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티 기암 절경의 환영 퍼레이드

by 뮌헨 가얏고
On the way to home via Dolomites.
Thanks for a lovely holiday.


로마에서 우리 집까지의 거리는 960km.


6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탈리아의 북부 도시, 볼차노(Bolzano)에서 하룻밤 묵고 가기로 했다. 내일 아침 알프스산맥의 한 자락인 돌로미티산맥을 넘어가면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Innsbruck)가 나온다. 인스브루크에서 30분 정도 가면 독일이다. 독일 국경을 넘어 1시간 정도 더 가면 뮌헨 우리 집이다.


파노라마로 펼쳐진 돌로미티(Dolomiti, The Dolomites)의 기암절벽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우리 집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돌로미티의 총면적은 141,903ha로 9개 지역을 끼고 산맥이 넓게 펼쳐져 있다. 백운암(Dolomite stone)과 석회암(Limestone)으로 이뤄진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인데, 수많은 봉우리 중에서 높이 3,000m 이상되는 봉우리만 18개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백운석회암의 이탈리아어인 돌로미티이다. 회색의 절벽과 그 사이에 자란 녹초들이 어우러져 색감 대비를 이룬 모습은 돌로미티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세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산악 경관을 갖추고 있으면서 지형학 · 지질학 관점에서도 아주 중요하여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볼차노나 돌로미티는 유럽의 남북을 연결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보니 오스트리아와 영역 다툼이 많이 일어났던 곳이다. 한때 오스트리아에 점령당하기도 했다가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이탈리아의 영토가 되었다. 여전히 오스트리아 계통의 사람이 많아서 독어와 이탈리아어를 같이 사용하고 있다. 안내 표지에도 독어와 이탈리아어가 같이 적혀 있고 전통 가옥이나 사람들의 성향을 봐도 오스트리아(독일) 같은 느낌이 더 많이 난다. 유럽의 국경 지역에는 전쟁의 아픈 역사 등으로 두 나라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도시가 많다. 그 문화가 섞여 이젠 독특한 그들만의 지역색을 가지고 있다.


2가지 언어로 볼차노를 표시하는 표지판. Bolzano는 이탈리아어이고 Bozen은 독어이다.


2015년 10월 초에 긴 주말을 이용해 볼차노에 온 적이 있었다. 3박 4일간의 일정 중에서 2일은 돌로미티의 어느 산자락에 있는 호텔에 머물며 산행을 했었고, 나머지 2일은 볼차노에서 머물며 짧은 관광을 했었다. 볼차노의 일정 중에서 아이스 맨 외치(Ötzi) 박물관에 갔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1991년에 2명의 독일 산악인이 볼차노 근방의 산악지대인 외츠탈 알프스산맥(Ötztaler Alpen)을 산행하다가 얼음 속에 갇힌 미라를 우연히 발견했다. 전문 조사팀의 조사 결과 미라는 5,300년 전에 살았던 40대 중반의 남성이었지만, 처음 발견 당시 빙하 속에 갇힌 덕에 보존 상태가 워낙 좋아서 근래에 사망한 줄 알았다고 한다.


입고 있던 의복이며, 피부 상태 심지어 내장기관이나 혈액 속의 DNA는 물론 사망하기 1시간 전에 뭘 먹은 음식물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고 한다. 키가 160cm의 남자로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던 중에 화살에 맞아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외치'란 이름은 이 미라가 발견한 장소에서 따온 이름이다.


박물관엔 '외치'의 미라도 전시되어 있었고 그의 복장과 비타민을 포함한 이동 중 먹을 식량 등 그 당시의 생활 방식 등을 알 수 있는 전시관도 있었다. 조사 과정과 전문가의 인터뷰를 담은 비디오 상영과 아이들을 위한 체험관도 있었다. 우리가 여행 다녀온 다음 해인 2016년에는 CT 촬영으로 그의 발성기관을 촬영해 그의 목소리까지 재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곳이었지만, 이번엔 휴식을 위해 머물렀던 거라 관광은 일절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만 먹고 바로 출발하기 위해 호텔도 시내가 아닌 고속도로랑 가까운 외곽지역에 예약했다.


유럽의 시내는 보통 old town으로 중세 느낌이 그대로 보존된 곳이 많은데, 외곽지대는 new town이라 여느 현대 도시와 비슷하다. 우리가 묵은 호텔도 상당히 현대적이었는데, 넓은 로비에 전시된 조각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도 요가를 하듯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조각상은 진짜 사람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조각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분명 저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델을 보고 만들었을 텐데, 참 힘들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이 호텔도 체크인할 때 마스크와 소독제를 나눠줬다. 이때까진 코로나로 인해 호텔 조식을 주문하는 방식이었는데, 여긴 뷔페였다. 시리얼은 일 인분씩 담겨 있었지만, 빵이나 치즈, 햄은 여러 사람의 손이 닿지 않게 직접 가서 받아와야 했다.


저녁은 호텔 근처의 피자집(pizzeria ristorante)에서 먹었다. 이 식당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아녔지만 경치는 일품이었다. 주차장 쪽의 야외 테이블에 앉으니 눈앞에 돌로미티산맥의 절벽이 보였다.


이탈리아에서 피자는 저렴한 음식에 속한다. 전통적으로 레스토랑(restaurant)에는 피자를 팔지 않는다. 피자만 파는 곳은 따로 있는데, 피체리아(pizzeria)라고 적힌 곳은 피자를 포장해서 가는 곳이고, 피자 전문 리스토란테(pizzeria ristorante)는 피자뿐 아니라 다른 음식도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이 집엔 피자 종류만 수십 가지에 독일 음식도 있었다. 피자 가격은 5~9유로 정도이다. 뮌헨도 정통 피자가 저렴한 편이지만, 여긴 더 저렴하다. 정통 화덕으로 구운 피자에 종류도 다양하지만 맛도 정말 좋았다. 이런 피자를 한국에선 너무 비싸게 파니 피자가 먹고 싶지도 않지만 먹을 엄두도 안 난다. 우리 아이들은 독일 온 후에 화덕에 구운 정통 피자를 흔하게 먹어서인지 가끔은 도미노 피자나 피자헛을 더 먹고 싶다고 한다. 흔치 않으니 특별식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이런 멋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난 도토리묵이나 파전에 막걸리 생각이 간절했다. 매콤한 골뱅이도 좋을 거 같다. 딸은 비빔면이 먹고 싶다고 한다. 10일간의 여행 기간 동안 이탈리아 음식을 맛있게 먹었지만, 집에 돌아갈 때가 되니 매콤한 한국 음식이 많이 생각난다. 집에 갈 때가 된 거다


로마에서 출발하여 노란색 해바라기가 만발해 있는 토스카나를 지나칠 때까진 따뜻한 이탈리아 느낌을 받지만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공기 색이 달라진다. 점점 우리 집도 가까워오고 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기암절벽의 장관은 우리의 무사 귀가를 환영해 주는 퍼레이드 같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멋진 절경은 한참 동안 펼쳐지지만, 차 안에선 멋진 장관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다. 내가 보이는 모습의 반의반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어 늘 안타깝다.


10일간의 여행, 예상대로 관광객이 없어서 편하게 잘 구경했다.


이번 여행 기간 내내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이 된 기분이었다. 관광객일 땐 모든 게 신기하고 이쁘고 의미가 있지만, 막상 살면서 매일 본다면 그런 감동엔 무뎌질 것이다. 로마에 사는 사람들이 트레비 분수를 볼 때마다 매번 동전을 던지면서 다니지 않을 거고, 베니스에 사는 사람들은 화려하고 웅장한 산 마르코 성당이 있는 산 마르코 광장을 볼 때마다 감탄하진 않을 거다.


예전엔 인파 때문에 여기가 사진 찍어야 할 곳이구나 하고 깨닫기도 했지만, 넘쳐나는 관광객에 가려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지나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엔 반대로 사람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던 곳도 있었다. 전세 내 듯 독차지하고 있으니 그 귀중함을 못 느꼈던 것도 있다.


가끔은 관광객의 마음으로 모든 사물을 바라보자고 혼자 다짐할 때도 있지만 그게 쉽진 않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는 건 참 좋은 거 같다. 그냥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걸 사진을 찍으려 하고 글을 쓰려고 하면 그때부터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에 떠 있는 다양한 구름이 보이기 시작하고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기도 한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는 건 내 삶을 더 적극적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거 같다.


여행기를 쓰다 보니, 더 많은 감정과 감각들이 살아나고 있음을 느낀다.


10일간의 이탈리아 여행을 무사히 잘 마치게 해 줘서 감사한 마음도 있고, 집이 가까울수록 얼른 집에 가서 매콤한 라면 끓여 먹고 쉬고 싶단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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