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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레이첼 Sep 24. 2023

황홀한 선물, 서울

내년에 나도 한국 간다

밴쿠버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일을 나갔고 베이비 시터가 우리 아이들을 잘 돌보고 있었다. 그녀는 신앙이 없었지만, 주말이면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교회에도 나가준 천사였다. 지금도 나는 그녀 늘 찾고 싶지만, 찾을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


내가 없는 사이 막내에게 생긴 변화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24시간 집에 있 엄마가 없어진 터라 정서적 불안 때문에 심하게 눈을 깜빡였다. 그 당시 유행하던 코미디에서 본 대로 "나나나 나나나나나 나나나 나나나나나" 하면서 함께 아이와 함께 일부러 눈을 깜빡였다. 얼마 후 그 증세는 사라졌지만 내겐 "휴'하고 한숨이 나오는 경험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엔 결코 알 수 없었던 나의  맹점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기르는 것이었다. 큰아이는 둘째 나오면서, 둘째는 막내 나오면서 어른 취급을 받았던 거다. 언제나 인간적인 노력에는 미흡한 점이 있고 한창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그러한 점이 치명적이다.


한국에서의 하루하루는 나에게 국어사전 한 권처럼 선물로 다가와 잊어버렸던 한국어를 다시 쓸 수 있게 했다. '나'와 내가 사는 삶을 풍성하게 해 줄 한국어, 의미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 한국어에 서툰 아이들과 더 자주 풍성한 한국어를 공유할 생각이다.


자기 몸과 마음을 챙기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타인의 삶을 바라보듯 자신을 대하는 것이다. 마치 방관자처럼, 이방인처럼. 나는 엄마, 아내라는 타이틀 앞에 자신을 업신여기는 일이 이제부터는 없도록 할 것이다. 자신답게 살지 못하는 엄마를 보고 어떻게 아이들이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나의 세 딸을 위해 반드시 자신을 돌아보고 돌볼 것이다. 


내가 나를 찾을 수 있는 곳, 내가 태어나고 자란 서울에 내년에 다시 간다.



사진 : Pixabay의 jeons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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