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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레이첼 Sep 24. 2023

셀 수 없는 축복

고난과 고통을 극복한 노력과 훈련의 결과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건강검진을 한 후 결과를 보러 내가 간 검진 병원의 내과 의사의 방에 앉아 있었다. 내과 의사가 나를 지긋하게 바라보았다. 내가 다니던 캐나다의 병원에서 항생제 처방전을 주지 않았냐고 물었다. 소변의 알 수 없던 우윳빛의 찌꺼기는 염증 때문이라고 했다. 항생제 며칠이면 나을 수 있을 증세였다. 원래 캐나다의 병원은 항생제 처방을 잘 안 하기는 한다. 하지만 항생제 몇 알에 해결될 증세를 가지고 두고두고 고민한 내 행색이 가엾었다. 그 걱정 덕분에 아이들을 모두 두고 한국행을 선택했다. 


밴쿠버에 두고 온 막내딸의 조그만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고는 금방이라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의사는 내 얼굴을 보고 웃었다. 젊고 잘생긴 의사였다. 결과를 듣고 보니 지나가던 사람들의 미소 띤 얼굴만 봐도 감사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나는 생명을 연장받았다. 지금에야 건강염려증으로 판명 났지만, 당시 나는 언제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며 비행기 탈 때 유언을 써놓을 정도였다. 깊은 절망에서 벗어난 나는 과분할 정도로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병원 문을 나섰다. 


그렇구나! 별것이 아니었구나! 나는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아이들과 마음 놓고 더 살 수 있다니 날아갈 것 같았다. 나는 그제야 배가 고팠다. 병원의 바닥은 넓고 큰 유리창을 통과해 들어온 빛과 드높은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샹들리에 전구의 반짝거림으로 나를 축하해 주는 것 같았다. 나가려다가 병원의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한국의 병원에서 식판에 얹어 먹는 밥은 어찌나 꿀꺽꿀꺽 잘도 목으로 넘어갔다. 서울 사람들도 내가 서울을 떠난 것처럼 서울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들도 떠나고 나야 소중한 것을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다시금 이 말을 되네인다. 

"Count your blessings, everday!"



사진 : CatL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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