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보니 소설 같은 일이, 모두 내게 벌어진 실화입니다. 기억은 마음대로 왜곡되고 변형 된다는 점을 감안해도 말입니다.
나에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히 친한 아는 오빠 하나 있습니다. 오빠는 1년 전 마지막 데이트 끝으로 연애 실직 상태입니다. 백수에요. 그래서 늘 바쁩니다. 주말이면, 공휴일이면 하루 두 번은 소개팅하러 나가야 하거든요. 점심은 파스타, 저녁은 삼겹살. 그런 오빠를 볼 때 마다 존경스런 마음에 입 벌려 한 마디 합니다.
"안 피곤해요?"
오빠는 꾸준한 사람입니다. 매주, 소개팅 없는 날 본 적이 드물어요. 그리고 대단한 사람입니다. 소개팅 자리가 이렇게나 많이 들어 오는 걸 보면요. 그러나 꾸준히 홀로 돌아 오는 오빠를 보며 우리끼리 말해요. "이번도 잘 되긴 어려울 걸." 지난 1년을 지켜봐 온 오빠는 여태 연애 실직 상태니까요. 오빠를 보고 알아챘어야 했는데. 소개팅, 참 어려운 거구나. 또 다른 친구는 소개팅에 질려 어플까지 진출했다 했어요.
달리 어려운 건 아닌 거 같아요.
찰나에 서로의 매력 어필하기 쉽지 않다는 것과, 당사자 보다 주선자 "주관" 뚜렷이 개입되는 만남이니까요. (주선자 말만 따라 착하다, 멋있다,하는 감정동사 따위 믿으면 안됨의 근거 입니다.) 아님, 내 짝꿍을 만나는 그 자체가 운명을 타고나는 일이라 그럴수도요.다만 말하고 싶은 건, 소개팅에 실패했다 하여 내가 보잘 것 없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 나와 맞는 누군가 그 자리에 나오지 않았을 뿐이니까요.아직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을 뿐,어쩌면 님이 "짠"하고 나타날때까지 기다리라는 신호에 불과했을 테니까요.
글 쓰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브런치 "통계"에 시리즈물이 순서대로 나열됐을 때 였어요. 이전 글도 궁금하셨다는 말이겠지요. 기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