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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Sep 27. 2020

(2) 첫 소개팅


첫 소개팅은 얼처구니 없는 이유로 하게 되었다.


"스민아 뭐해? 잘 지내지?"

"오! 르방이오빠(*오빠의 별명은 하르방, 돌하르방을 닮았기 때문이다)! 잘 지내세요? 왠일이에요ㅋㅋ"

"나야 잘 지내지ㅋㅋ 너 소개팅 할래?"

"네? 소개팅이요?"

"아무개 010-xxxx-xxxx. 여기서 연락 올 거야. 소개팅 한 번 해봐."


르방이는 동기의 친구로, 나와는 간접적으로 맺어진 친구사이다.

그마저 어떻게 된 거냐면, 동기와 잡은 저녁 식사자리 어쩌다 르방이가 끼게 되며 알게 된 거다. 그 날은 즐거웠다. 처음 본 나도 그를 "르방이 오빠"라고 칭할 만큼 편했고, 그러며 깔깔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게 다 였다. 그 후 따로 본 일도 없다. 물론 연락도 마찬가지, 서로 전화번호는 알지만 따로 연락한 적도 없다. 카톡 프로필로만 보고 대충 눈 인사 하던 게 전부다.


그런 하루 저녁짜리 친구 르방이에게 대뜸 연락이 왔다. 소개팅하라고.

소개팅녀가 될 내 의사 따윈 중허지 않아 보였다. 자기 절친이 요즘 외로워 한다, 아주 괜찮은 친군데 마침 네가 생각났다, 마지막으로 다음의 번호로 카톡이 와도 놀라지 말라고 했다. 심지어 르방이는 소개팅남에 대한 정보 1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주 기본 신상, 어느 학교 어떤 전공으로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차 말이다. 다만 "틱"하고 사진 하나 전송했을 뿐인데, 이마저 스키장 한가운데 스키복 입고 고글 낀 채 찍은 사진이라 르방이 사진이라 해도 모를 판이었다.


소개팅이란 무엇일까 몹시 궁금하던 때도 물론 있었다.

허나 그 시점이 르방으로부터 톡 온 때는 아니었다. 오히려 인연이란 자고로 자연스레 찾아 오는 거라는 자연설을 주장하고 다니던 때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은 간사한 법. 궁금해졌다. 도대체 얼마나 멋진 남자기에 베일에 쌓아 둔 걸까. 그 저녁에 스캔한 르방이는 제법 신뢰가는 사람 같던데. "괜찮다"하니, 정말 괜찮지 않을까. 난 소개팅을 너무도 몰랐다. 괜찮다는 말, 일단 만나보라는 말, 가볍게 밥이나 먹고 오라는 말 모두.


'수 많은 사람 중 그대가 내 소개팅 상대가 되었다는 것 만으로 이미 우리는 어느정도의 인연을 타고 났으며...(중략) 그래서 결론은. 난생 첫 소개팅을 해보겠다!'


고글에 가린 소개팅남 사진 한참 뚫어져라 쳐다보다, 답장을 보냈다.


"ㅋㅋㅋ알겠어요. 함 해보죠 뭐!"


그때로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베일에 쌓인 소개팅남에게 톡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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