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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신과 함께 02화

자료 조사원

by Letter B





지명을 찾아 조사해 오세요.


모두에게 같은 주제가 적힌 용지가 주어졌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상여받은 데스크톱이 놓여있는 책상으로 앉는다.


선수들 상태가 좋은데요?

새로운 선수가 나쁘지 않은가 봅니다.

그녀는 어디에 있나요?


그녀는 온 신경을 다해 화면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여유 있는 태도였다.

노트에는 차곡이 단서들이 적혀 내려갔다.

문제는 성당으로 보이는 건물이었다.

썸네일 크기의 작은 사진에는 지명과 시대를 가늠할만한 정보가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설왕설래하기 시작했다.

더러는 자리를 뜨는 이들도 하나 둘 등장했다.

그녀는 으레 있는 일인 것처럼 신경을 거둔다.


화면 안에는 입력하지 않은 여러 개의 단서들이 존재했다.

유추한 단서 그 이상의 많은 정보들이었다.


저 선수는 아는 것이 뭡니까?

거의 없다고 봐야죠. 언어가 문제예요!

그런데도 성적이 나쁘지 않은데요?


[평지/ 고딕/ 유럽/ 복지 국가/ 오래되지 않음]


간결했다.

그러나 화면 너머에서는 그녀를 조롱하듯 오차의 범위를 넓혀갔다.

당황한 기색이 그녀의 면면으로 묻어났지만 누구 하나 눈치채지 못한 듯하다.

그녀는 시간을 들여서라도 정확하게 단서를 좁혀갔다.


아직인가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선수들은 서서히 자리를 일어섰다.

그것은 그것대로 불안을 남겨 두었다.

이제 화면으로는 같은 정보만이 배회할 뿐이었다.


지금 그녀는 웃고 있는 건가요?

떨고 있는 것 같은데요.


어느덧 적막이 실내를 덮는다.

그녀는 다소 조급해진 듯 단어를 곁으로 몇 추가했지만 영 나아지지 않는 모양이다.


이건 있을 수 없는 결과야.


분주하게 스크롤을 내리던 그녀의 시야에 화면 너머로 한 단어가 눈에 띈다.

그녀는 내심 참았던 조소를 만연에 띄우고는 마침내 검색어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빨간 토...

빨간 토마토.


일순간 장내로 정적이 흐른다.


경기는 끝났다.

그녀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끄고 퇴장했다.




그녀는 단어를 알고 있었나요?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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