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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신과 함께 07화

소년 심판

by Letter B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지금 소년을 심판하기 위해 모였다.

범죄 사실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그가 마을로 끌어들인 소년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죗값을 덜어내기라도 하듯 서둘러 소년의 잘못에 대해 죄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증인은 증인으로서 증언함에 있어 …(생략) 양심에 따라 숨기거나 보태지 아니하고 사실 그대로 말하며, 만일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소년은.. 모두가 신경 쓰지 않는 존재였어요.

마을에서야 다 그렇잖아요?

나쁜 성품은 아니었으니 별 일이야 있겠나 싶었던 거죠.


소년은 말 없이 정면을 응시한다.



증인1 : 탐욕


읽다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겁니다. 모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기본 언어잖아요, 언어.

잘못되었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는 거죠.

안 그런가요?



증인2 : 시기


조용한 아이.

오며 가며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예의 바르고, 착하다고.

워낙 분주하고 시끄러웠잖아요.

같은 아파트에서 마음 한 켠이 영 좋지 않더라고요.



- 증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들은 그저 선량한 시민일 뿐입니다.

저는 가끔 글을 쓰는 일을 하고요.

(소년은 말 없이 입은 옷을 흘끗 내려다보고는 어깨를 들썩여 보인다.)



증인3 : 나태


다른 사람들은 다 피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보통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부러 계산하는 사람은 없죠.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기 좀 그렇긴 하지만,

솔직히 전하자면 더러는 스토커 취급을 당한 적도 있습니다.

유난히 민감하다고 생각했죠.



증인4 : 식탐


먹고 있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죄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워낙 가리는 것도 보기에 좋지만은 않죠.



증인5 : 교만


소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공동체 생활이 미숙하다는 것을 알죠.

휴대전화조차 사용법이 미숙하다고 합니다. 그 흔한 시계조차 손목 위로 걸치는 법이 없죠.

재판관님, 모르는 게 죄는 아닙니다.

그러나 전 국민이 움직여도 도로 위의 시속이 안 바뀌는 것 처럼,

소년을 보면 화가 나기 시작하는 거죠.



증인6 : 욕정


혼자 가는 사람들 있잖아요.

모두가 으레 행동하는 것인데, 왜 그럴까.

애초에 저 친구에게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 피고인 이의 있습니까?


증언하신 내용이 맞습니다.

추가로 증인은 그렇게 나고 자라 같은 직업군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 모습으로 인정받는 것이 어려운 현실을 지나온 것에 동의합니다.


소년은 다시 한 번 어깨를 들어 올려 보였다.

재판관은 경고했다.


- 소년에게 경고합니다. 소년은 배심원의 질문에 답하려고 법정에 선 것입니다. 계속 그렇게 하시면 법정 모독죄를 묻겠습니다.



증인7 : 분노


학급에서 단체로 열쇠고리를 받았어요.

(흔들리는 화분 모형의 열쇠고리)

왜 굳이 고집을 피울까... 바보같이 보이더라고요.



- 피고인은 마지막으로 변호하시겠습니까?


재판관님, 그리고 존경하는 시민 배심원 여러분


우리는 모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계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은 침묵하는 이를 보호하지 않기 때문이죠.

저는 이 자리에서 존경하는 시민 배심원 여러분의 뜻에 따라 스스로 고통을 벗어날 것입니다.

증언대로 결코 현명하다고 여겨지는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오늘 있었던 사람들의 삶에 관해 스스로 보거나 들은 것은 무엇이든 결코 발설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서, 이 자리에서 그러한 것들을 성스러운 비밀이라고 여겨 누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합니다.



소년은 잠시 목이 아픈 듯 목을 가다듬고는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재판관을 응시했다.

장내는 작은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울 만큼 고요했다.

재판관은 아무 말이 없었다.



탕. 탕. 탕.


그리고 한번 더 소리가 이어졌다.


탕.


장내의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상으로 재판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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